신문칼럼

[신문 칼럼] 손녀가 태어나다

이청산 2007. 1. 5. 14:32

 

대일산필(이일배)
손녀가 태어나다

손녀가 태어났다. 아들이 결혼한 지 삼 년만이다. 학수고대로 기다리던 어린 것이다. 새근새근 잠든 얼굴이 참으로 평화스럽다. 아침 햇살에 함초로히 피어난 꽃과도 같고, 맑은 하늘에 뜬 둥근 달 같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사랑과 평화가 다 깃들어 있는 듯한 저 모습-. 하기사 저 어린것이 세상의 어지럽고 거친 일을 어찌 알 수 있으랴.
세상은 지금 신문 펼치기가 두렵고, 뉴스 듣기가 겁날 정도로 험하고 혼란스럽다. 서로 속이고 해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나라의 지도자들이 할 노릇 제대로 못해 백성 되어 사는 일이 어렵기만 하다. 세상에는 아이들이 따라 배울 만한 게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철이 들어갈수록 배워 익힐 만한 게 더욱 드물다. 겪지 않아야 할 것을 겪고, 익히지 말아야 할 것을 익혀 외틀어지고 비틀어진 채 커 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가는 티끌 하나 없는 백지에 순수와 사랑과 평화만을 오롯하게 담아 이 세상에 왔다. 그것을 온전하게 키워주고 지켜주는 것은 먼저 난 사람들의 몫이고, 사회와 나라가 해야 할 일이다. 과연 오늘 우리의 사회와 나라가 그렇게 키워주고 지켜줄 수 있을까.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걱정과 불안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어찌 남의 탓만 하고 있으랴. 제 아비어미, 할아비할미부터 밝고 맑은 마음을 가질 일이다. 남에게 피해 끼치지 않기를 애쓸 일이다. 그리 살기를 애쓰다 보면 손녀는 밝고 맑고 아름답게 커 가겠지. 밝고 맑고 아름다운 것만 보고 듣고 느끼며 살아도 되는 세상이 오겠지. 희망과 행복은 지키려는 사람에게만 지켜진다고 하지 않는가.
정해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황금돼지의 해라며, 새로 태어나는 아기에게 거는 희망과 기대가 크고 많다. 올해는 손녀가, 세상의 모든 어린것들이 바르고 곱고 씩씩하게 커 갈 수 있는, 그 원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필가∙마성중 교장)

 등록일 : 2007-01-04  19: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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