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칼럼

[신문 칼럼] 울릉도 주민임을 신고합니다

이청산 2007. 3. 9. 09:18

 

 

대일산필(이일배)
울릉도 주민임을 신고합니다

모두들 뜻밖이라고 했다. 초임도 아니면서, 무슨 점수를 따야 할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울릉도는 왜 가느냐는 것이다. 무슨 곡절이 있느냐고도 물었다. 모두들 울릉도는 교사가 승진 가산점을 얻기 위해서 가는 곳, 초임의 교감, 교장이 발령을 따라 어쩔 수 없이 가는 곳, 아니면 무슨 사유가 있어 유배 가듯 가는 곳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을 전근하면 영전을 축하하는 덕담을 주고받는 것이 예사지만, 나에게는 어떻게 된 일이냐고, 그렇게 멀리 가서 어쩌느냐고 걱정과 위로부터 먼저 해주었다. 울릉도가 좋아서 가는 거라는, 그 섬에 살고 싶어서 가는 거라는 나의 말은 세상 물색 모르는 생각이거나 감정의 호사쯤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기 위해 가는 모양인데 그 어렵고 힘든 곳에 가서 글은 써서 무엇 할 것이냐고 걱정을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처에서 뜻 있는 일을 열심히 하다가 글은 퇴임 후에라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조언하기도 했다. 무어라 말해도 나에 대한 걱정을 덜어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많은 이들의 걱정과 위로를 괴나리봇짐처럼 짊어지고 울릉도로 가는 배에 올랐다. 그리고 바다를 건넜다. 배는 너울에 춤을 췄다. 파랑주의보 때문에 물길이 막힌 다음 날에야 너울을 타고 섬에 당도할 수 있었다. 배는 요동을 쳤지만, 바다의 파도와 너울은 항다반사(恒茶飯事)가 아니던가. 파도가 치고 너울이 일기에 바다는 건널 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바다를 건너서 다시 새로운 삶의 터, 울릉도로 왔다.
흔히들 울릉도를 ‘신비의 섬’이라고 하듯이 산과 바다가 어울려 연출해내는 풍경은 그야말로 천혜의 절경이다. 아름다운 풍경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한 것일까, 절해고도의 외로움이 서로 사랑하면서 살게 한 때문일까. 섬사람들의 마음씨도 그 풍경만큼이나 아름답다. 그러나 섬 살이가 고단한 탓인지 사람들은 섬을 자꾸 떠나고 있다. 한창 많을 때는 3만 명(1974년) 정도가 살았다지만, 지금은 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사람들이 고적하게 살아가고 있다. 여러 가지 의욕적인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해내외에서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가 섬사람들을 힘겹게 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에 섬의 인구가 7백여 명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자연 증가라기보다 주민들에게 배 삯 할인 혜택을 주는 당국의 정책에 의해 늘어난 것이라 한다. 그리해서라도 동해의 보루인 울릉도의 인구는 불어나야 한다. 차제에 주민들에게 실속 있는 복지 정책을 펴서 생활고 걱정 없는 확고한 정주 기반을 조성해 주면 좋겠다. 그래서 유토피아를 찾아오듯, 뭍의 많은 사람들이 울릉도며 독도로 와서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울릉도가 번성할수록 우리의 영토와 영해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힘도 커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독도 주민에겐 생활비를 지원해주고, 10가구 20명 정도가 살 수 있는 다가구 마을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다.
부임 인사를 마치자마자, 읍사무소로 달려가 전입 신고부터 하였다. ‘그 고장에 들면 그 곳 풍속을 따르라[入鄕循俗]’했던 논어의 말처럼 울릉도에 와서는 울릉도 사람이 되고자 함이다. 섬의 한 살점이 되고자 함이다.    (수필가, 울릉종고 교장)

등록일 : 2007-03-08  18: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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