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칼럼

[신문 칼럼] 3월∙울릉도∙희망

이청산 2007. 3. 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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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산필(이일배)
3월∙울릉도∙희망

2월이 갔다. 그리고 3월이 왔다.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있어서 3월은 송구영신으로 맞이해야 하는 새해 정월과 같은 달이다. 새 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하는 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3월은 희망과 포부가 새롭고도 큰 달이다. 절해고도 울릉도의 3월도 마찬가지다. 한창 짙붉게 피어나는 동백꽃 빛깔만큼이나 희망도 찬란하다.
교사들에게 2월은 떠남의 달이요, 3월은 만남의 달이다. 2월은 정든 아이들, 정든 학교를 등지고 다른 학교를 향해 떠나야 하고, 3월은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동료,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떠남은 아쉬운 것이고, 만남은 설레는 것이지만, 섬의 교사들에게는 떠남도 희망이요, 만남도 희망이다.
지난 섬 살이는 참으로 고단하고 고독했었다. 그러나 그 고행의 대가로 언젠가는 직함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꾸려 안고 섬을 떠난다. 섬을 찾아오는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뭍에다 두고 오백여 리 험한 파도치는 물길을 건너 와 그리움도 괴로움도 다 삭혀가며 살아야 섬 살이일망정, 조금만 참고 견디면 새로운 자아실현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섬을 찾아온다.
2월 말의 부둣가는 축복의 잔치가 벌어진다. 모두들 부둣가로 달려 나가, 언젠가는 꼭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비는 마음으로 축복의 손을 흔들며 떠나는 사람들을 보내고, 희망을 함께 보듬어 갈 섬 살이 동지들을 축복으로 반겨 맞는다.
그러나 올해부터 섬을 찾아온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마냥 큰 것만은 아닐 것 같다. 바뀌어질 승진 규정이 섬을 찾아오는 교사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규정에 의하면 근무성적은 반영 햇수를 연차적으로 십 년까지 늘려가면서 상한점을 상향 조정하고, 여러 가지 가산점은 종전보다 축소한다는 것이다. 벽지 가산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 구조를 능력 중심으로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소규모 학교 교원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규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도시의 대규모 학교에 비해 소규모 학교에서는 상대적 비율에 의해 부여하는 근무성적을 다년간 잘 받기가 쉽지 않고, 벽지 근무 가산점의 축소는 벽지 학교의 유인가(誘引價)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오지 학교 근무 경력을 통하여 축적한 경력을 바탕으로 경쟁을 거쳐 근무할 수 있는 곳이 벽지 학교다. 그만큼 벽지 학교는 갖은 어려움을 무릅쓰고라도 근무하려 할 만큼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이 줄어든다면 누가 그 힘든 역정을 거쳐 벽지를 찾을 것인가. 누가 울릉도와 같은 낙도에서 생활하려 하겠는가? 이에 대해 교육부에서는 오히려 젊은 교사들이 도서벽지에 배치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는 인사로 배치 받은 교사들에 의해서, 그리고 젊은 교사들만으로 의욕적이고 원활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뭍에 비해 열악하기만 한 섬의 교육환경이 더욱 열악해지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섬을 찾아오는 교사들의 잘리어진 희망만큼이나 섬의 교육도 잘려 나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희망의 달 이 3월에…. (수필가∙울릉종고 교장)

 

기사 입력시간 : 2007-03-01 18: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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