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밥벌이 오늘도 산을 오른다. 산을 다채로이 수놓던 나뭇잎들이 지고 있다. 어떤 나무는 벌써 드러낸 맨살로 하늘을 바라고 있다. 떨어지는 잎의 몸짓이 유장하다. 마치 일꾼이 이제는 할 일을 다 했노라며 가벼이 손을 털고 일터를 나서는 모습 같다. 가지도 한결 가볍다. 지난 철 동안 우린 열심히 살았다. 나는 물을 대어주고 너는 양식을 마련하여 먹거리를 만들고 하면서 알콩달콩 잘 지냈구나. 새 철이 오면 우리 다시 만나 또 한 번 아기자기 지내보자꾸나. 흔드는 가지의 손길이 정겹다. 가지와 잎의 정담이 귓전에 어른거린다. 저들은 결코 헤어지는 게 아니다. 어디에 있으나 한 몸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철들을 저마다의 일들로 열심히 살다가 한철 편안히 휴가에 든다. 그 휴가에서 돌아오면 다시 다시 한 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