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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아무것도 모르고 경영한 10년, 아찔할 때 많아"

이청산 2006. 10. 4. 15:49
안철수 "아무것도 모르고 경영한 10년, 아찔할 때 많아"

“공부를 하다 보니 10년간 경영을 하면서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몰랐다는 것을 깨닫고 아찔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회사 사장 자리를 내 던지고 미국 펜실베니이니아대학 와튼 스쿨 최고경영자 MBA 과정을 밟고 있는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이사회 의장이 아무 것도 모르고 회사를 경영한 10년을 뒤돌아 보면 식은 땀이 흐른다고 지금 심경을 밝혔다.

안 의장은 현재 2번째 학기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시험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학기 상위 10% 안에 드는 성적을 올린 그는 “40살이 넘어 공부를 하다보니 따라가기 힘들까 바짝 긴장해 공부를 한 덕분에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대표백신V3 안철수 의장 / (http://www.tagstory.com)에 올라온 동영상

그러나 안 의장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식은 땀을 닦아내기 시작한 것은 사실 회사를 경영하기 시작할 때부터였다고 말한다.

극단적으로 수줍음을 타는 안 의장은 간접경험을 선호한다. 간접경험의 매개체는 다름 아닌 책이다. 예를 들어 안 의장은 아마 1~2단 정도의 바둑고수다. 의대 재학 시절 바둑을 배울 때 안 의장은 기원을 찾지 않았다.

그가 찾은 곳은 서점이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때는 항상 먼저 책을 통해 그 세계를 간접경험하는 것이 원칙이었기 때문”이다. 사서 외운 책이 50권쯤 됐을 때 그는 기원으로 갔다.

컴퓨터를 처음 배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사람은 컴퓨터를 배우려면 컴퓨터를 먼저 산다. 그리고 컴퓨터를 만지다가 결국 책을 사서 배운다. 그러나 안 의장은 책부터 샀다. 그리고 그것을 외운 다음 기계를 샀다.

안 의장은 “책을 통해 세상에 접근하는 방법은 처음에는 느리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보다 앞설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바둑 아마추어 1단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책을 본 시간을 포함해 1년 정도다. 튼튼한 이론과 기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안 의장이 경영이나 경제 관련 책 한권 제대로 읽지 않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사업하는 10년 동안 늘 불안해 했다. 그가 40대에 유학을 결정한 배경에는 그런 그의 성격이 있다. 그는 여러모로 특이한 사람이다.

예를 들어 운전면허 시험을 봤을 때 안 의장은 만점으로 합격했다. 남들처럼 문제집만 대충 풀어보고 본 시험을 본 것이 아니라 교재를 다 외우고 봤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그렇게 공부한 이유다. “서울대 의대생이라면 만점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주변 사람을 실망시킬 수 없어서”다. “귀찮더라도 차라리 내가 좀 고생하고 말지”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운전을 시작한 다음 한번도 불법주차를 해본 적이 없다. 차를 운전할 때는 지도를 본 다음 꼭 계획을 세워서 간다.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차로 가는 법은 없다. 자주 가야 할 곳이라면 택시를 타고 가는 길을 익힌 다음에 근처에 주차장이 있나 없나를 확인한 다음 길을 떠난다. 길을 알아도 주차시설이 없는 곳에는 절대로 차를 가져가지 않는다.

이리 소심한 그가 의사란 직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속았기 때문이다. “처음 창업을 권유한 사람이 ‘의사는 일에 쫓기지만 사장이 되면 아무도 간섭하지 않으니 책도 마음대로 읽고 쓸 수 있다’고 했어요.”

놀랍게도 안 의장은 그 말을 믿었다. 세상 물정을 몰랐던 것이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책을 9권이나 썼다. 바짝 긴장한 덕분에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성적이 점차 좋아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안 의장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시절 메추리 알을 품고 잔 적이 있다. 메추리가 나올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에디슨 이야기는 알지 못했다. 말하자면 약간 모자란(?) 아이였다. 그러나 점차 발전하는 아이였다. 우수하진 않았지만 점차 성적이 좋아졌다.

처음으로 1등을 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 다음이다. 그 다음에도 조금씩 성적이 좋아졌기 때문에 서울대 의대에 들어갔고, 교수 생활도 했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은 안철수 의장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실 학점을 잘 받을 필요는 없지만, 쉬어가며 편하게 공부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귀중한 40대의 시간을 현업에 쓰지 않고 공부에 투자를 하기로 한만큼, 열심히 공부해서 많은 것을 얻어 가려고 합니다.”

백강녕기자 young100@chosun.com
입력 : 2006.10.04 13:18 46' / 수정 : 2006.10.04 15:44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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