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헌수필

아시나요 아름다운 시 외며 사는 행복을

이청산 2020. 7. 7. 15:05

몇 사람이 모여 시 낭송 모임을 만든 지 어느덧 십 년이 되었다. 그 세월 동안 수많은 시가 우리의 가슴에 안겨 저마다의 목소리를 타고 퍼져 나갔다. 좋은 시를 찾아 읽고 외면서 사는 일을 아름답게 만들어 보자며 한 일이었다.

회원들은 낭송 전문가인 회장님과 더불어 수시로 만나 연찬과 리허설을 거듭했다. 두 달에 한 번씩 하는 정기 낭송회, 한 해에 한 번씩 큰 무대를 얻어 여는 낭송 콘서트를 대비해서다. 낭송회와 콘서트는 거름 없이 잘 열어 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사이에 낭송은 어느덧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되어 갔다.

시인이자 낭송가인 회장님은 여러 도서관이며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낭송 전문강사로, 낭송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오직 낭송예술을 더욱 떨쳐 보겠다는 일념으로 낭송 모임을 만드는 일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혼신의 열정을 다 바쳐 오고 있다.

회장님의 그 열정 때문일까, 낭송예술의 아름다움 때문일까. 이십여 명 회원들의 마음씨가 푼푼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만나면 늘 명랑한 모습으로 무엇으로든 서로 베풀려고 애쓴다. 언제나 화기롭게 만나 즐겁게 시를 외다가 아쉬움을 안고 헤어지곤 한다.

어느 날, 십 년째를 맞는 낭송 활동을 기념하면서 낭송예술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논의가 나왔다. 어느 회원이 우리의 노래를 만들어 함께 부르면 우리 활동이 더욱 뜻깊어지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했다. 마침 우리 회원 중에 작사, 작곡을 할 수 있는 분들이 있지 않으냐며 모두 좋아했다.

작곡은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노래와 작곡으로 음악 활동을 해온 분에게 부탁하고, 작사는 나에게 맡겨졌다. 평생 수필만을 써온 사람이 어찌 노랫말을 지을 수 있을 것이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수필을 쓰는 그 감성이면 노랫말인들 못 쓰겠냐며 꼭 지어 달라 했다.

무슨 말로 낭송의 아름다움이며, 낭송 활동의 의의, 효용성을 표현해야 할까. 몇 날 며칠을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고치고 바꾸기를 수십 차례, 마음에 썩 차지는 않지만 삼 절로 된 노랫말을 힘들게 이룰 수 있었다.

꽃피고 새 노래하는 계절도 좋지만/ 보고 싶은 사람들 서로 만남도 기쁘지만/ 아시나요 아름다운 시 외며 사는 행복을/ 그 행복 찾아가는 구미낭송가협회

1절의 노랫말이다.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즐거움이며, 서로 그리며 사는 사람 살이의 즐거움을 먼저 내세웠다. 그런 즐거움도 다 좋지만 아름다운 시를 낭송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행복한 일이라는 믿음으로 낭송 활동의 의의를 새기려 했다. 세 절 모두 끝줄에서 찾아가는이라고 한 말은 낭송의 아름다움, 그 행복, 그 이상을 끊임없이 추구해 가는 회원들의 모습을 그리려 한 것이다. 삶에 어찌 완성이 있을까.

기쁘고 즐거울 때는 환희의 시 외고/ 힘들고 외로울 때는 위안의 시 읊으면/ 슬픔도 기쁨도 꽃으로 피어나는 길/ 그 길을 찾아가는 구미낭송가협회

2절에서는 시 낭송의 효용성이랄까, 치유 기능이라 할까, 기쁨은 더 크게 피어나게 하고, 슬픔은 더 따뜻하게 위안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시 낭송이라는 상념을 담았다. 시를 외면 기쁨도 슬픔도 모두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이 되게 하는 낭송의 힘을 드러내려 했다.

낭랑한 목소리에 아늑한 꿈 싣고/ 시 속에 피어오르는 오롯한 사랑 향해/ 따뜻한 삶을 위해 정겨운 세상을 위해/ 좋은 시 찾아가는 구미낭송가협회

3절에서는 낭송의 효용성을 우리 회원들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이들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이상을 걸었다. “밝고 아름다운 정서를 함양하여 개인의 삶의 질을 고양하고, 건전한 사회 기풍 진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회칙에 명시된 우리 모임의 목적을 살려보려 한 것이다.

내가 오로지 해낸 생각들은 아니다. 그러한 생각과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 함께해 온 우리의 지난날들을 담았을 뿐이다. 앞으로도 오랜 세월을, 아니 영원한 세월을 낭송의 아름다움과 함께하고 싶은 의지도 녹여내고 싶었다. 노래 속에 들어있는 말들이야 살갑지 못할지라도 그런 마음만은 아름다운 선율 속에 정겹게 실리기를 바랄 뿐이었다.

나의 그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며칠 뒤 나의 바람은 유려하게 흐르는 정겨운 곡조 속에 아늑하게 실려 있었다. 작곡가의 반짝이는 감성이 노랫말에 청아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이를 위해 작곡가는 얼마나 많은 고뇌를 모았을까? 목청을 모으고 마음을 합쳐 정겹고 힘차게 부르는 회원들의 합창 소리가 곧장 들려오고 있는 것만 같다.

자연이 주는 즐거움도 사랑으로 사는 기쁨도 다 좋은 것이지만, 시 낭송이 주는 행복도 삶을 더욱 따뜻하고 기름지게 할 것이라는 그 믿음과 함께, 오늘도 우리는 모인다. 시를 외고 낭송을 한다. 기쁨도 슬픔도 모두 행복으로 가꾼다. 이웃도 세상도 다 행복할 수 있는 아름다움으로 보듬는다. 그 간곡한 꿈을 노래에 담는다.

꽃피고 새 노래하는 계절도 좋지만, 아시나요 아름다운 시 외며 사는 행복을-.(20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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