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료 실

[시론] '중간수역'에 빠져버린 독도

이청산 2008. 7. 30. 08:39
[시론] '중간수역'에 빠져버린 독도
DJ정부 때 '新어업협정'서
'중간수역'에 넣은게 문제 발단
 
이상면 (서울대 법대 교수·국제법)

 
 
독도를 한국에 귀속된 섬으로 표기해온 미 정부 지명위원회(BGN)가 돌연 독도에 대한 영토주권 표시를 '주권 미지정'(Undesignated Sovereignty)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독도를 '주인 없는 섬'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영토분쟁이 있는 지역에 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일본중국, 대만 사이에 분쟁 상태에 있는 동중국해의 댜오위다오(釣魚島)에 대해서는 여전히 일본 영유의 센카쿠(尖角) 열도(列島)로 표기하고 있다.

미국은 왜 이런 모순적인 행위를 한 것일까? 미국은 1946년 맥아더 사령부 지령을 통해 독도를 1895년 이래 일본이 폭력으로 탈취해간 섬으로 보고, 일본으로부터 분리하여 한국령으로 하였고, 1952년 발효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도 별다른 결정이 없이 굳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도 말이다. 2002년 한국을 방문한 일본 최고의 국제법 학자가 말한 대로, 사실 독도에 관하여 일본은 그 주장과는 달리 법적으로 별로 내세울 것이 없었는데도, 1998년에 체결된 신한일어업협정에서 독도를 중간수역에 넣으면서부터 할 말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당시에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일본이 김영삼 정부와 타결 직전에 있었던 신어업협정을 내던지고 기존의 어업협정까지 파기하고 나서자, IMF 관리체제하에서 경제협력을 기대하며 독도를 일본이 원하는 대로 중간수역에 넣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신한일어업협정을 서둘러 체결했다. 당시 협상 대표가 "독도를 중간수역에 넣는 것은 소관사항을 벗어난 것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이는 윗선에서의 정치적 결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부는 신한일어업협정에 반대하는 거센 여론을 무시하고 여당 주도하에 날치기로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멀쩡한 우리 영토 독도가 한일중간수역 속에 표기되자, 제3국에 그 분쟁상태를 더욱 드러내는 꼴이 되었고, 일본도 마치 독도에 관하여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비치게 되었다. 당시 정부는, 일본이 독도를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섬으로 보아 200마일 기점으로 삼고 독도와 울릉도 사이에 해양경계를 그어야 한다고 덤비는데도, 독도는 별로 가치가 없는 바윗돌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를 무시하고 울릉도와 일본의 오키섬 사이에 경계를 그어야 한다고 했다.

일본은 태평양상의 더블침대만한 바윗돌 오키노도리시마에도 인간이 독자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섬이라고 우기며 200마일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포했고, 독도와 울릉도 사이를 경계로 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 신한일어업협정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서 유권자 850여 만 명이 제출한 여러 트럭분의 서명서를 보고서야, 정부는 수년 전 태도를 바꾸어 독도의 가치를 치켜세우며 기점으로 삼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은 독도가 발양하는 200마일 배타적 경제수역을, 독도에 대하여 권한이 없는 일본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인정하여 그 이익을 일본과 향유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행위를 관찰하고 있던 미국은, 한국정부가 이처럼 독도를 중간수역에 넣고, 그에서 나오는 해양 이익을 일본과 함께 나누는 것이므로, 이러한 분쟁 상태를 지도에 반영하는 것이 좋겠다고 본 것 같다.

이와 반대로, 미국은 일본이 중국과 분쟁상태에 있는 댜오위다오를 중간수역에 넣지 않고 어업협정을 체결한 사실과, 그 주변에 200마일 배타적 경제수역까지 선포하고, 그에 접근하는 중국·대만 어선을 모조리 나포하며 주권을 온전하게 행사하는 것을 평가하고, 이를 일본령으로 표기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신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된 지 10년이 되어가도 양국 어민에게 손실이 오히려 컸다. 더 늦기 전에 신한일어업협정을 개정하여 중간수역에 들어가 영유권이 훼손되고 있는 독도를 구출해야 한다.

 

[조선일보] 입력 : 2008.07.28 22:27 / 수정 : 2008.07.29 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