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료 실

필름에 담은 한국문학 40년

이청산 2007. 12. 11. 17:33
  • 필름에 담은 한국문학 40년
  • 김일주 ‘추억의 작고문인 102인’展
  • 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 
    입력 : 2007.12.11 00:01 / 수정 : 2007.12.11 02:44
    • ‘해’를 쓴 박두진(1916~1998) 시인은 생전에 수석과 분재를 즐겼다. 1980년대 초 어느 여름날 시인은 분재에 쓸 나무를 채취하러 나갔다가 인적이 드문 시골길 옆 작은 비탈에 팔베개를 하고 누웠다. 시라도 한 수 흥얼거렸을 법한 이 한가로운 풍경이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아있다.
    • 박두진 시인.

    • 무릎을 끌어안은 채 아내·아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있는 박재삼(1933~1997) 시인의 안방 풍경도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가난 때문에 한때 중학교 진학마저 포기했던 박재삼은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서민들의 삶을 서정성이 깃든 아름다운 언어로 위로하는 작품 세계를 펼쳤던 시인이다.

      “조금 쓸쓸해 보이는 박재삼 시인과 활짝 웃고 있는 부인이 함께 앉아 있는 안방 풍경이 왠지 그분의 작품 세계를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져서 카메라를 집어 들었죠.”

    • 박재삼 시인.

    • 두 시인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은 사람은 지난 40년간 문인 사진만 전문적으로 찍어온 사진작가 김일주(65)씨다. 소장하고 있는 사진만 8만장에 이른다. 김씨는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아르코예술정보관에서 열리는 ‘한국문학 추억의 작고문인 102인’ 전시회를 연다. 가곡 ‘그리운 금강산’의 가사를 쓴 한상억 시인에서부터 얼마 전 작고한 ‘수난이대’의 소설가 하근찬에 이르기까지 우리 현대 문학사에 이름을 새기고 간 문인들의 일상에 깃든 창작의 내면 풍경을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흑백사진들 속에 담았다. 소설가 안수길, 박종화, 박영한, 이범선, 황순원, 이문구, 최명희, 시인 김구용, 김광섭, 김춘수, 김현승, 서정주, 조병화, 오규원, 극작가 유치진, 차범석, 수필가 김소운, 피천득을 다시 만날 수 있다.

    • 천상병 시인.

    • 문학상 시상식처럼 공식적인 행사 장면도 여럿 있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작가의 꾸밈없는 일상을 포착한 사진들이다. ‘귀천’의 시인 천상병(1930~1993)이 막걸리를 마시는 사진은 그가 세상을 뜨기 2년 전에 찍었다.

      줄담배로 유명했던 오상순을 비롯해 박종화 박목월 김소운 정비석 등이 담배를 피우는 포즈로 카메라 앞에 섰다.

    • 문인 사진전 여는 사진작가 김일주씨.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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