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료 실

소리꾼 장사익… 사람들은 왜 그에 열광할까

이청산 2008. 10. 29. 12:06

"지 노래는 뒤통수를 따악 치거든유"
'14년째 공연 대박' 소리꾼 장사익… 사람들은 왜 그에 열광할까
희로애락 꿰뚫는 가사 관객 감수성 파고들어
"노래는 비디오가 아니에유"
한현우 기자 hwhan@chosun.com  
 

▲ 사흘간의 11월 서울 공연을 매진시킨 장사익은 이어 부산·대구·대전·광주 무대에 오른다. 내년에는 미국 공연이 예정돼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소리꾼 장사익(59)의 11월 공연이 또 매진됐다. 중년 남녀들이 표를 구하려고 아우성이다. 어렵사리 티켓을 산 이들은 더 앞자리를 얻으려고 북새통이다. 이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022석을 11월 8일부터 사흘간 가득 메운다.

마흔다섯살이던 1994년 홍대 앞 100석짜리 소극장에서 연 첫 공연에 이틀간 800명을 불러모았던 이 사내의 전석 매진 행진은 14년째 계속되고 있다. TV에 나오는 것도 아니요, 라디오에서 흔히 듣지도 못한다. 사람들은 왜 그를 그토록 사랑할까.

27일 서울 홍지동 그의 집에서 만난 장사익은 대뜸 "그건 내가 제일 잘 안다"고 말했다. "노래는 오디오거든유. 비디오가 아니에유. 지가 노래허면 사람들이 '저놈 새끼, 나헌테 얘기허는 거네' 허쥬. 그것이 바로 소통이에유. 열린음악회처럼 박수치고 좋아하고 나면, '근데 뭘 들었지?' 하는데 지 노래는 뒤통수를 따악 치거든유."

그가 정성 들여 차를 우리고 나서, 곧 내놓을 6집 수록곡 '꽃구경'을 들려줬다. 시인 김형영의 시 '따뜻한 봄날'에 멜로디를 붙였다.

"어머니 꽃구경 가요/ 내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한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은 안하시고 뭐하시나요/…/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과연 그의 노래는 맵게 뒤통수를 후려쳤다. 청아하고 애절한 음성이 벽력같이 듣는 이를 꾸짖었다. 그가 "기자님두 지 노래가 들릴 나이가 됐슈"하며 빙긋 웃었다. "이 노래 들으면 다들 '맞어, 엄마한테 전화한 지 오래됐는데' 하쥬."

그가 말을 이었다. "나랑 같이 노래 시작한 애들, 서태지, 김건모, H.O.T, 백만 장 천만 장씩 음반을 팔았잖어유. 지금 예전만 헙니까. 청소년 마음이 하루에도 어마어마하게 자라유. 아무리 대가리 박고 춤을 춰도 애들 커가는 걸 따라가지 못해유. 노래는 비디오가 아니니까유. 지는 40대 중반에 느낀 좌절을 '찔레꽃'으로 부르고, 그 다음엔 아버지 폐암으로 돌아가시는 걸 보며 '기침'을 만들었어유. 삶의 희로애락을 진솔하게 펴내면 맞어, 하고 공감하는 거쥬."

그는 자신의 인기 비결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장사익 팬들은 그의 노래에서 아버지가 밭일하며 흥얼거리던 풍경을 떠올린다. 어머니가 쪄주던 옥수수 향기를 맡는다. 그의 노래에 팍팍한 세상살이를 감내토록 해주는 고향이 담긴 것이다. 회원 수 1만명을 넘긴 장사익 인터넷 팬카페 '찔레꽃 향기 가득한 세상'에는 이런 글들이 가득하다. 재작년부터 매년 그의 공연을 본다는 회사원 유수종(42)씨는 "장사익의 노래를 들으면 어렸을 적 고향 풍경이 떠오르고 왜 그런지 눈물이 난다"며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나라가 어렵고 세계가 흔들릴 때 누가 위로해줘유. 우리 같은 기생, 무당, 굿쟁이가 해줘야쥬." 그는 "내가 말하는 기생은 일어설 기(起), 인생 생(生). 생기를 넣어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의 두 눈이 초승달 모양이 되었다. 문의 (02)396-0514
  • ▲ 11월 6일부터 3일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소리판 '꽃구경'을 공연하는 소리꾼 장사익. /허영한 기자
입력 : 2008.10.29 03:28 / 수정 : 2008.10.29 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