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론 2

내 삶의 주인은

내 삶의 주인은 이 일 배 차를 탄다. 내가 타기 편할 시각에 출발하는 차는 없어졌다. 내 편리와는 맞지 않는 차지만 기다려 탈 수밖에 없다. 차는 제 갈 길로 달려나간다. 내가 가고 싶은 길과는 상관이 없다. 차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가는 차에 실려 가고 있다. 차는 내 목적지에만 데려다주면 저의 할 일은 끝나는 거라고 여길 터이지만, 차가 당도하는 그 목적지라는 곳은 내가 정한 것이 아니다. 차가 정해 놓은 곳을 맞추어 내 목적지로 삼아야 한다. 차는 저의 목적지에 나를 내려놓을 뿐이다. 멀리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자면 외방을 달려온 차에서 내려 다시 동네로 오는 차를 갈아타야 한다. 차와 차 사이의 시간 틈을 나를 위하여 적절하게 조절해 주지는 않는다. 그 틈이 얼마이든 올 차를 간절히 기다렸다..

청우헌수필 2022.06.12

자연을 알게 해주소서

자연을 알게 해주소서 책을 읽다가 보면, 눈길을 딱 멈춰 서게 하는 구절이 있다. 그런 구절은 그대로 그 자리에서 붙박고 싶게 한다. 그 구절이 주는 공감과 공명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읽을수록 편안해는 마음속에 계속 머물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세상을 살면서 마음을 알아주는 이를 만나는 것은 얼마나 기쁘고도 즐거운 일인가. 마음을 더없이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이가 있다면 얼마나 고맙고도 포근한 일인가. 사는 일이 어렵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 안아주기도 하고 밀어주기도 하는 이를 만난다면 얼마나 따뜻하고도 생기로운 일이 될까. 어떤 책의 어느 한 구절은 바로 그런 사람을 만난 듯한 희열을 느끼게 하고 위안을 얻게도 한다. 그 구절을 어찌 떠나고 싶겠는가. 그 감동에서 깰까 싶어 어찌 다른 구..

청우헌수필 2020.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