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2

외로움과 고독

외로움과 고독 이 일 배 좋아서 찾아와 살고 있으니 타향 아닌 애향이라 해야 할까. 한 생애를 정리하고 티끌세상을 떠나 이 한촌에 와 산 지 강산이 변하는 한 세월을 성큼 넘어섰다. 그 세월 그런대로 잘 껴안고 살고 있다 싶으면서도, 두고 온 사람들이며 그 바깥세상의 그림자는 곁을 떠나지 않는다. 눈을 들어 창밖을 보면 어딜 봐도 사방 모두 우람한 산이다. 인가 몇 채에 텅 빈 들판, 벚나무가 늘어선 강둑도 보이지만, 적막하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날고 그 아래로 간혹 나는 새가 보일 뿐 정물화 같은 풍경이다. 지난날의 사람들이 그립다. 그는,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따금 달려가거나 불러서 차라도 술잔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다. 이 넓은 세상에 사람이라곤 오직 나 하나뿐인 것 같다. 혼자서 ..

청우헌수필 2022.01.10

나무의 외로움

나무의 외로움 나무는 외로움을 모른다. 외롭다거나 외롭지 않다는 걸 겪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외로운 것인가, 혼자 있는 것이 외로운 것인가, 여럿 중에서 혼자 외따로 되는 것이 외로운 것인가. ‘혼자’라는 게 무엇인가. 그게 바로 저 아니던가. 나무는 애초에 한 알의 씨앗으로 땅에 떨어졌다. 그때부터 혼자다. 오직 흙과 물이 보듬어줄 뿐, 누가 저를 태어나게 해준다거나, 태어난 것을 자라게 해주는 손길이 따로 있지 않았다. 혼자서 싹이 트고 혼자서 세상으로 나왔다. 세상에 나와서도 혼자다. 바라볼 수 있는 건 하늘뿐이었다. 하늘을 바라면서 태양의 볕살을 쬐고 바람을 안을 뿐이었다. 뿌리에는 흙과 물이 있고, 가지에는 햇살과 바람이 있어 그것들을 의지 삼아 몸피를 불려 나갔다. 그랬다. 흙과 ..

청우헌수필 2021.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