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제삿날 설날, 형님이 의논을 좀 하자며 어렵게 운을 뗀다. 나이 자꾸 더해가다 보니 기력들이 전 같지 않아 형수 혼잣손으로 제상을 차리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어머니 제사를 아버지 제사와 합치고, 설은 간소히 쇠고, 추석 차례는 성묘 겸해서 산소에서 모시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속이 아릿하게 저며오는 듯했지만, 다른 말을 하기 어려웠다. 형님 내외 모두 여든을 훨씬 넘어 구순을 바라보고 있는 데다가 일손도 마땅치 않은 처지고, 나도 멀리 떨어져 살아 도움이 되지 못할 지경이어서 묵묵히 들으면서 가는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제수를 진설한 제상 앞에서 강신례에 이어 헌작하며 형님은 나에게 글을 하나 읽으라며 주었다. 아들딸 잘 키워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에 이어 ‘세상의 변화에 어려움이 많아 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