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3

영자의 불꽃 생애

영자의 불꽃 생애 지금부터 꼭 사십 년 전 영자는 갈래머리 고3 여학생이었고, 나는 담임이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재미난 얘기도 제법 잘하는 유머러스한 사람이라지만, 선생님이 무어라 하면 뱅긋이 미소를 지으며, 말수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수업 시간에는 이마 위 잔머리 곱게 날리며 작은 눈 반듯하게 뜨고 설명에 열심히 귀를 세우던 모습이 떠오른다. 국어과인 담임의 영향을 받기라도 한 건가. 졸업하면서 지역 대학의 국문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한 번쯤 만났던 기억이 나지만, 그 후로는 무심히 지냈다. 십수 년이 지난 어느 해 세밑에 연하장을 보내왔다. 나를 잊지 않고 있었던가 보았다. 얌전했던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렸다. 새해를 축복하고 건강을 기원하는 인사말 끝에 전화번호를 적어놓았다. 불혹에..

청우헌수필 202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