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잔은 비우고 가세 아침이 참 눈치 없다. 원하는 사람이든 원치 않는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찾아온다. 아침은 정녕 그런 분별을 못 하는 걸까. 기다리는 사람에겐 기꺼이 와주고, 기다리지 않은 사람에겐 슬쩍 비켜 가 주는 체면은 없는 걸까. 세상은 꽃밭 천지만도 아니고 가시밭 천지만도 아니다. 꽃밭이다가도 문득 가시밭이 다가서 오기도 하고, 가시밭인가 싶더니 저 너머에 꽃밭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웃다가도 울고 울다가도 웃는 것이 삶이라 했던가. 꽃밭을 살 때는 내일이면 또 어떤 꽃이 필까 싶어 밝은 아침이 어서 오기를 설렘으로 바라기도 하겠지만, 가시밭만 이어진다 싶을 때는 아침이 나의 것이 되지 않기를, 그래서 고난의 한세상이 다른 세상으로 바뀌어주기를 간곡히 비는 이들도 없지 않을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