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 2

공수거를 바라며

공수거를 바라며 오늘도 산을 오른다. 숲이 한창 우거지고 있다. 엊그제만 해도 가냘픈 가지에 연록 잎을 내밀고 있던 것이 오늘은 튼실해진 가지에 우거진 녹음이 되어 오르는 길을 문득 막아서기도 한다. 나무가 이렇게 우거지다가는 산이 어떻게 될까. 산이 온통 풀과 나무 천지가 되어 내가 발을 들여놓을 틈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나무 아니면 아무것도 들 수 없고 마침내는 나무들도 설 자리, 살 자리가 없어 결국이 숲이 망하고, 산이 황폐해지지 않을까. 물론 기우다. 나무는 작은 씨앗으로 땅에 떨어져서 움이 나고 자라 잎을 돋우고 꽃을 피우면서 살아간다. 나무는 안다. 철을 맞이할 때마다 무엇을 달리해야 하고 얼마를 자라야 하는지를 안다. 그렇게 철을 거듭하려면 무엇을 가꾸어야 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도 안다..

청우헌수필 2023.06.26

나이 드니 참 좋다

나이 드니 참 좋다 오늘도 산을 오른다. 나날이 오르는 산이지만 빛깔이며 모습은 한결같은 날이 없다.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 푸나무의 크기라든지, 나뭇잎 빛깔이라든지, 꽃이 피고 지는 거라든지, 열매가 맺고 떨어지는 거라든지 하루도 그 모양 그대로 있지 않다. 시간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이 나무, 이 산빛에서 시간을 본다. 흘러가고 있는 시간의 얼굴이며 몸체를 본다. 맨살의 가지에서 꽃이 피고 잎이 나고 꽃이 지고 잎이 자라고 잎의 빛깔이 달라지다 내려앉고, 열매가 맺었다가 떨어지는 모습들 속을 시간이 흐르고 있다. 저들이 저리 변해 가는데, 나는 가만히 있는가. 아니다. 저들이 시간을 안고 변모를 거듭해 가듯 나도 나날이 달라져 간다. 나무가 나이테를 더해가는 것처럼, 나도 하루 이틀 시간을 더해..

청우헌수필 2023.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