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송 애호가와 시 낭송가
시 낭송은 지금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국적으로 시 낭송 강좌며 각종 행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현상은 나라 경제 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예술과 문화에 대한 욕구와 인식의 정도가 고양된 결과로 볼 수도 있고, ‘K-컬쳐’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현상과도 무관치 않을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로 시 낭송 콘서트며 경연대회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고, 낭송하는 사람과 낭송을 즐기는 사람들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특히 경북 지역에서는 학교 교육의 필수 과정으로 되어 있는 프랑스의 시 낭송 교육을 모델로 한 경상북도교육청 임종식 교육감의 ‘시詩울림학교’ 교육 시책도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초중등 학교 교육에서는 물론, 교육청 관할 각 지역 도서관 활동을 통하여 시 낭송 행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시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이 시 낭송에 참여하고 있는데, 참여자들 가운데는 시 낭송을 즐기기 위한 사람도 있지만, 낭송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도 많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시 낭송 경연대회에서 입상하면, ‘시 낭송가 인정서’를 받을 수 있어 명실공히 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다. 이렇게 낭송을 즐기는 사람들은 ‘시낭송회’ 혹은 ‘시낭송가협회’라는 모임도 만들어 함께 낭송회도 열고, 대중을 상대로 한 낭송 콘서트 등도 개최하고 있다.

여기서 낭송 애호가와 전문 낭송가의 시를 대하는 관점과 낭송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서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낭송 애호가는 좋아하는 시를 찾아서 즐겨 낭송하면 된다. 그것으로 문화적인 삶을 누리면 된다. 낭송가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낭송가에게는 관객이 있고, 있어야 한다. 낭송도 무대 예술이요, 공연 예술이기 때문이다. 낭송 애호가와 낭송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차이점은 무엇일까.
첫째, 낭송 애호가나 낭송가는 좋은 낭송을 위해 많은 시를 읽고, 낭송하고 싶은 시, 낭송에 좋은 시를 찾아야 한다. 이때 애호가는 자기가 선호하는 시를 선택하면 되지만, 낭송가는 관객들의 반응도 고려해야 한다. 혼자만 도취할 수 있는 시로는 안 된다. 관객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관객이 좋아할 만한 시라고 생각되면,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읽고 외고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가수가 자신의 기호보다 대중들이 좋아할 수 있는 노래로 선곡하기에 애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낭송가도 가수와 같은 대중예술가다.

둘째, 시 낭송은 시를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로 시를 연기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이다. 시를 선택하고 난 다음에는 해석에 충실해야 한다. 애호가는 자기의 취향을 시의 분위기에 맞추어 해석해서 즐기면 되지만, 낭송가는 관객의 반응을 고려한 해석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 여기에는 낭독자의 인생관이며 삶이 반영될 수도 있다. 그 반영에 따라 그 시가 지닌 풍미가 달라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같은 곡을 두고도 부른 가수에 따라 노래의 분위기며 관객의 호응이 아주 달라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셋째, 해석과 낭송을 잘하기 위해서는 선택한 시의 시어 하나하나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함께, 시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전체 시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어야 한다. “시를 낭송한다는 것은 그 시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이다.”라는 말이 있다. 같은 시를 두고도 낭송자가 시를 대하는 자세에 따라 그 생명은 매우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애호가보다는 낭송가가 더욱 진지하고 치열한 자세를 지녀야 한다.

넷째, 전문 낭송가일수록 낭송에 연극성과 음악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낭송가는 무대에 서면 배우요, 가수다. 손동작이나 자세 등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시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시어 하나하나, 행과 연의 구분을 통하여 음악적인 효과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가수는 작사가가 지은 가사에 작곡자가 붙여준 곡을 부르면 되지만, 낭송가는 가수인 동시에 작곡가를 겸해야 한다. 이 음악성을 잘 발휘할 수 있을 때 더욱 감동적인 낭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낭송 애호가와 전문 낭송가가 해야 할 일과 갖추어야 할 자세를 살펴보았지만, 단체 낭송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단체가 애호가 집단인지, 전문가 집단인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대중을 상대로 한 콘서트를 열곤 한다면 전문가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라는 말이다. 어느 낭송가 단체에서 ‘애송시 만들기’ 회원 행사를 수시로 열고 있다고 한다. 낭송 기량 연마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 단체가 전문가 집단이라면, 그 애송시가 자기를 위한 것인지, 관객을 위한 것인지를 헤아려보아야 한다. 자기만을 위한 것이라면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애호가 집단에서 해야 할 일다.
낭송 애호가든, 전문 낭송가든 이들에 의해 시 낭송이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고, 따라서 우리의 삶도 한층 아름다워지고 질적인 고양이 이루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애호가는 애호가 대로, 전문가는 전문가대로 낭송 예술의 발전에 열정을 다해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026.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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