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파파라치'를 아십니까?
박돈규 기자 [조선일보]
입력 : 2016.11.18 03:00
엉터리 인용 바로잡는 이일배씨 "인터넷은 위험, 원문 확인할 것"
이일배(68·경북 문경·사진)씨는 '시(詩) 파파라치'다. 엉터리로 인용된 시를 발견하면 필자에게 연락해 오류를 바로잡아준다.
그가 지난달 29일 자 본지 A29면 '이진희의 날씨레터'에 실린 윤동주 시의 한 구절("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을 보고 "윤동주 시집 목록에 없는 정체불명의 글"이라고 했다. 옳은 지적이었다.
이씨는 중등 국어교사 출신으로 교장을 지내고 6년 전 은퇴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수필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통화에서 "좋은 시를 찾아 읽다 보니 잘못 인용된 시를 종종 목격한다"며 "내용에 오기(誤記)가 있거나 입맛대로 생략하거나 변형시킨 예는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조병화 시인의 시 '늘, 혹은'은 제목을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으로 바꿔놓았고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이라는 구절은 '적절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로 오기하기도 합니다. 또 인터넷에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오는 말이라며'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되/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라는 잠언적인 시 구절이 떠돌고 있는데 '목민심서' 43권을 모두 뒤져봐도 그런 구절은 나오지 않아요."
한용운 시도 엉터리 인용이 많다고 했다. 이씨는 "지금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올라 있는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와'상자 속에 숨기고 싶은 그리움'이라는 글은 한용운의 유일한 시집 '님의 침묵'에 실려 있지 않을뿐더러 현대시 전공 교수에게 문의해도 '한용운의 글이 아니다'고 합니다. 독자의 오해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짝이 없어요."
파파라치는 많지만 아무 대가 없이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씨는 "좋은 글이 제 모습을 지키는 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할 수 있다면 큰 보람"이라고 했다. "글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유명 작가를 인용할 때는 반드시 문헌에서 원문을 확인해야 해요. 디지털 매체가 문화를 오염시키거나 오도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랍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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