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료 실

이일배의「기다림에 대하여(2)」를 읽고 / 한명수

이청산 2016. 10. 28. 22:03

 

기다림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이일배의기다림에 대하여(2)」를 읽고

 

 

한 명 수(평론가)

(전략)

이런 문화 유전의 흔적들은 이일배의 기다림에 대항(2)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상사화의 개화를 기다리는 동안 작자가 보여준 이내와 사랑의 시간을 사색적으로 그려낸 이 수필은 기다림이라는 심리적 현상을 철학적 사색의 과정으로 연결지어 인생철학의 한 단면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일배 역시 기다림은 희망을 내포하는 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인내와 사랑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기다림이라는 현상을 인생의 아름다움으로 연결시키고, 나아가 존재의 이유로 파악하는 일에 그 새로움을 더한다. 그가 획득한 통찰의 한 부분을 살펴보자

 

  그랬다. 어쩌면 기다림이란 사랑과 동의어인지도 모른다. 사랑 없는 기다림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이며, 기다림 없는 사랑이란 또 얼마나 야속한 것인가. 사랑이란 간곡한 기다림의 나무에 열리는 달콤한 과실이라 할 수도 있으리라.

기다림이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기약할 수 없는 미래 그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미래란 무엇인가. 오늘이 곧 어제요 내일이듯이 미래도 곧 오늘이요, 지금 이 순간이다. 기다림이란 이 순간을 아름답게 하고 살아 있게 하는 것이다.

 

기다림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회상의 시간을 필요로 하며, 회상의 경험적 성찰에 따라 유의미한 개념을 도출하고 있다. 즉 인내의 결실로 이루어진 기다림의 실현은 사랑을 전제로 하며, 그 사랑을 달콤한 과실에 비유하는 감각적 인식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작가는 또 시간의 존재성에 대한 사색을 통하여 시간성에 대한 답을 내어 놓고 있다. ‘지금 여기라는 개념은 인생의 의미를 추구하는 가운데 획득한, 시간과 그 시간성에 대한 의미 있는 삶의 실천을 논할 때 많이 제안하는 개념이다. 다가오는 시간이 소중한 것은 바로 지금의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이일배의 수필에서 본다.

작가에 있어서 기다림이라는 것은 존재가 현존하는 이유이다. ‘존재가 살아있게 하는기다림은 언제나 오늘이고 지금이며, 바로 이 자리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 통찰이, 작가가 보여주는 시간과 시간성에 대한 사유가, 작가의 에스프리가 인생의 궁극적 의미를 탐구하는 데 기초한 것이라면 더욱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제목으로 보아 연작으로 쓰인 것으로 보이는 이일배의 기다림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의 깊이로 전개될 것인가 사뭇 궁금해진다.

-수필세계통권50(2016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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