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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읽는 책을 보면 오바마의 고민이 보인다

이청산 2008. 12. 19. 10:48
오바마가 읽는 책을 보면 오바마의 고민이 보인다
  유령전쟁 빈 라덴 체포에 관심 드러나
          공통의 부 親환경 드라이브 의지 담겨
           FDR 傳記 공황 극복한 루스벨트 배우기
   [조선일보 2008.12.18] 원정환 기자 won@chosun.com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직후인 11월 초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Fernandez)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보르헤스(Borges)와 코르타사르(Cortazar)의 소설을 대학생 때 열심히 읽어서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훌리오 코르타사르는 세계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20세기 아르헨티나 소설가. 아르헨티나 언론은 "이 두 소설가를 잘 아는 미 대통령은 흔치 않다"며 흥분했다.

오바마는 책을 좋아하고 또 많이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 언론들은 오랜만에 나타난 '교양 있는(literate) 대통령'이라 평한다. 오바마는 어떤 문제에 부닥쳤을 때 먼저 책을 통해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다시 현실에 적용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오바마가 읽는 책을 알면 그의 생각과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NYT는 오바마가 최근 스티브 콜(Coll) 전 워싱턴포스트(WP) 편집국장이 쓴 '유령 전쟁(Ghost Wars)'을 읽었다고 보도했다. 이 책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Laden)을 체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였던 작전들을 다뤘다. 오바마가 빈 라덴 체포에 두는 관심을 짐작하게 한다.

'유령 전쟁' 이후 그가 지금 읽는 책은 제프리 삭스(Sachs) 컬럼비아대 교수의 '공통의 부(Common Wealth)'. 삭스는 이 책에서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이 전 세계 부(富)의 아주 작은 부분만 투입해도 지구 온난화나 환경 파괴문제, 세계 극빈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바마는 이 책에서 미국 정부가 지구 온난화와 제3세계 원조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힌트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 인선에 대해선 오바마가 성경 다음으로 좋아한다는 도리스 굿윈(Goodwin)의 '팀 오브 라이벌스(Team of Rivals)'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이 모범으로 제시한 에이브러햄 링컨(Lincoln) 전 대통령처럼 그는 백악관을 정치적 라이벌들로 채웠다. 오바마는 이 책말고도 11월 중순 프레드 캐플란(Kaplan)의 '링컨(Lincoln)' 전기를 들고 다니는 게 목격되기도 했다.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그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Roosevelt) 전 대통령으로부터 영감을 구하고 있다. 오바마는 당선 이후 인터뷰에서 역사학자 진 에드워드 스미스(Smith)의 'FDR', 저널리스트 조너선 앨터(Alter)의 '결정적 순간(The Defining Moment)'을 읽었다고 밝혔다. 'FDR'은 루스벨트의 일생을 다룬 전기이고, '결정적 순간'은 특히 루스벨트 집권 100일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민주당 집권 때 더 경제적으로 번영했다는 주장을 담은 래리 바텔스(Bartels) 프린스턴대 교수의 '불평등한 민주주의(Unequal Democracy)'도 읽었다고 한다.

이외에 외교문제에 대해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국제판의 편집장인 파리드 자카리아(Zakaria)가 쓴 '미국 중심의 세계 이후(The Post-American World)'를 탐독했다. 이 책은 미국이 '소프트파워' 중심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바마 애독서는 언론에 알려지면 곧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쓴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담대한 희망'도 전 세계적으로 불티나게 팔린다. AFP통신은 오바마에 대해 타인들이 쓴 책도 현재 24종 이상이 출판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