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

"괴롭다고 삶의 대열에서 혼자 이탈해선 안 돼"

이청산 2008. 10. 20. 10:11

"괴롭다고 삶의 대열에서 혼자 이탈해선 안 돼"
                법정스님, 법문 통해 최근의 잇단 자살 사건 우려
             "행복과 불행은 밖에 있지 않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글=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  
사진=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눈뜨기 무섭게 지겹고 짜증나고 우울한 소식들뿐인 요즘입니다. 우리가 이런 외부상황에 휩쓸리면 왜소하고 무기력해집니다. 그러나 시선을 안으로 돌리면 아름답고, 긍정적이며 향기로운 일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법정(法頂·사진) 스님이 최근의 어려운 상황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로했다. 또 최근의 자살사건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법정 스님은 19일 오전 서울 성북동 길상사(주지 덕조 스님)에서 열린 가을정기법회에서 법문을 통해 "청명한 가을 날씨를 보면,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며 "행복과 불행은 외적 상황이 아니라 내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10년 넘게 혼자 살고 있는 법정 스님은 자신의 경우를 소개하며 스스로 행복을 찾을 것을 권했다. "마음의 벗이 될 수 있는 몇 권의 책, 출출하거나 무료할 때 마실 수 있는 차(茶), 굳어지려는 삶에 탄력을 주는 음악 그리고 내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이 네 가지가 있어 삶에 맑은 여백을 주고 녹슬지 않도록 해줍니다." 그는 "강과 산에는 주인이 따로 없다. 보고 느끼면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주인"이라며 "여러분들도 삶이 녹슬지 않게 해주는 '맑은 복(福)'을 주변에서 찾아보시라"고 권했다.

그는 최근 이어지는 자살에 대해 "좋은 일, 궂은 일도 한때일 뿐 영원한 것은 없다. 그 한때에 갇혀서 넘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살해 많은 이를 놀라게 한 사람들도 그 순간을 벗어나 맑은 정신으로 인간세상을 볼 수 있었다면 지금은 외골수를 벗어나 맑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법정 스님은 "사람은 혼자서 사는 것이 아니라 가족, 친지, 수많은 이웃과 함께 삶의 흐름을 이루는 것인데, 괴롭다고 이 삶의 대열에서 혼자 이탈하는 것은 안 된다"며 "어려움을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친구나 절, 교회를 찾아가 짐을 부려놓으라"고 덧붙였다.

법정 스님은 또 시(詩)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으며 "시를 읽으면 삶이 맑아진다"고 말했다. "맑게 갠 청명한 가을하늘 덕에 일상이 흥겹습니다. 빨래를 빨랫줄에 널며 혼자 서정주의 '푸르른 날'을 읊기도 합니다. 두런두런 시를 외면 무뎌진 감성의 녹을 벗겨낼 수 있고, 새삼 사는 일이 고마워집니다."


 

  • ▲ 법정 스님이 19일 가을철 정기법회를 위해 길상사 극락전에 들어서고 있다. 법정 스님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자살문제와 관련 "삶은 유동적입니다. 쨍하고 볕 들 날이 꼭 있습니다. 고통이 끝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져 도중하차하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매년 봄과 가을에 한 번씩 공개 법회를 열고 있다. /정경열 기자
입력 : 2008.10.20 03:13 / 수정 : 2008.10.20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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