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진달래 꽃 피고 잎 돋는 봄은 왔다. 그렇지만 내 몸은 아직도 봄을 저만치 밀쳐 내두고 있다. 한 해여 전부터 높은 곳, 비탈진 곳은 걷지 말라는 의사의 지시를 받은 터였다. 해거름이면 늘 오르던 산을 못 오르게 된 게 아쉽긴 했지만, 다시 힘찬 걸음으로 오를 날을 위하여 의사의 말을 따라 편한 길로만 걷고 있다. 잠시 혼절하여 쓰러지면서 벽에 부딪혀 척추에 골절이 난 것은 의사의 시술로 치료가 되었지만, 그 후로도 허리는 계속 저리고 아팠다. 시술의 후유증으로 알고 약을 먹으면서 낫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다시 검사를 해보니 그사이에 척주관 협착증이 왔단다. 사는 일, 행하는 일에 몸과 마음을 넓게 가지지 못해 허리도 협착해진 건가. 무릎도 말을 잘 안 들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