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 3

강물이 익어 가듯

강물이 익어 가듯 아침 강둑을 걷는다. 그리 많은 물은 아니지만, 졸졸 흐르고 조용히 내리고 콸콸 쏟아지기도 하면서 만나는 것에 몸을 맞추며 쉼 없이 흘러가고 있다. 물에 내려앉은 햇살이 윤슬이 되어 반짝인다. 강물은 윤슬로 제 몸을 단장하면서 유유히 흘러간다. 흘러 흘러서 간다. 강물이라 했지만, 막상 제 몸을 담아주는 물길은 ‘강’ 이름을 얻지 못했다. 너비는 웬만한 강에 못지않아도, ‘천’이라는 이름으로 흐르고 있을 뿐이다. 아쉬울 일은 없다. 조금만 흘러가다 보면 다른 물들과 합쳐지면서 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천’이라는 이름도 없었다. 산골짜기 작은 옹달샘에서 솟고 있을 뿐이었다. 그게 넘치면서 물돌을 타고 흐르다가 다른 물돌 여울을 만나 개울을 이루었다. 그렇게 몸피를 불려 나가며..

청우헌수필 2022.03.12

이일배 수필집 『나무는 흐른다』

이일배 수필집 『나무는 흐른다』, 소소담담(2022) 책 소개 이일배 수필에서 자연은 삶의 지표고 스승이다. 자연을 통해 인간 삶의 하찮음과 누추함을 반성하고 존재의 본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한다. 작가에게 자연은 생활의 터전이면서 도덕적 존재로 거듭나도록 하는 배움의 현장이다. 전체 6부로 구성된 이 수필집은 1부에서 4부까지가 모두 자연을 소재로 취한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1, 2부는 나무, 3부는 산, 4부는 꽃을 소재로 삼았다. 산과 나무와 꽃은 하나이다. 산에서는 무수한 나무와 꽃이 있다. 나무와 꽃이 없으면 그것은 산이 아니다. 꽃이 산이고 나무도 산이다. 또한 산은 나무이고 꽃이다. 하지만 산에는 나무와 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풀, 냇물, 새, 하늘, 구름, 돌, 짐승, 벌레 등 ..

자 료 실 2022.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