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물리학자 수준 세계 10위권 우수해"
'쿼크' 수학적 모델 최고 권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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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휘소 박사와 친분이 두터웠다고 들었는데.
“1968년 세계 입자물리학 연구의 메카인 스위스의 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처음 만났다. 나는 갓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였고, 그는 이미 물리학자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는 나의 연구 성과를 처음부터 인정해준 몇 안되는 물리학자였다.”
―이 박사가 핵무기 개발에 관여했다는 내용의 소설이 한국에서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다.
“완전 소설이다. 이 박사는 나와 같은 쿼크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다. 살아 있었더라면 한국과 미국 물리학계의 큰 별이 됐을 것이다.”
―그가 교통사고로 숨질 당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이 박사가 가족들과 함께 콜로라도 아스펜으로 가다가 트럭과 충돌해 이 박사만 숨지고 나머지 가족은 무사했다. 정말 불행한 사건이었다.”
―쿼크란 무엇인가?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의 입자이다. 이 세상 모든 건 쿼크와 전자로 이뤄져 있다.”
―노벨상을 받게 된 이유는?
“쿼크들이 어떻게 결합해 물질을 만들며, 이들 사이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는가를 규명하는 이론을 만들었다. 쿼크와 쿼크가 가까이 있을수록 서로 당기는 힘이 작아지는 현상을 이론화했다.”
―쿼크를 연구하는 이유는?
“우주 생성의 비밀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물질인 쿼크를 충돌시켜보면 우주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 수 있다. 오늘날 물리학의 수준은 우주가 빅뱅을 하는 순간까지도 규명할 수 있다.”
―쿼크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중요한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다만, 쿼크 연구가 인간의 삶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할 뿐이다. 빅토리아 여왕이 전기의 아버지로 불린 마이클 패러데이의 실험실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여왕이 패러데이에게 ‘전기가 무엇에 좋은 건가요’ 하고 물었다. 패러데이는 ‘솔직히 어디에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여왕 폐하께서 세금을 거둬 들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러데이는 자신이 발견한 게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상상도 못했다.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 이론을 내놓은 후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자 제품은 그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쿼크가 어디에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바꾸는 초석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 하는 일은?
“샌타바버라 칼비 센터에서 다른 과학자들과 대화하고 몽상하는 게 내 일이다. 또 책을 많이 읽는다. 요즘은 중국 문화혁명에 대해 공부한다. 전세계 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집에서 신문·잡지·저널 등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딱 두가지만 말하겠다. 한 분야에 너무 깊숙이 파고 들지 말라. 한 분야만 너무 깊게 들어가면 나중에 새로운 발견이나 새로운 이론이 나왔을 때 낭패를 볼 수 있다. 자기 분야뿐만 아니라 인근 학문이나 완전히 다른 학문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른 하나는 몇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게 좋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하나에만 몰입하다 막히면 좌절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저것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면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에서 막히면, 다른 프로젝트로 옮겨가면 되기 때문이다.”
―한국 과학자들에 대한 인상은?
“한국은 훌륭한 물리학자들이 많이 있다. 물리학자들의 우수성으로만 따지만 세계 10위권이다. 그러나 한국은 과학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너무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는 것 같다. 응용과학에 대한 투자는 엄청난데,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과학은 나무와 같다. 뿌리인 기초과학이 있어야 응용과학이라는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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