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2

떠나보내기가 무엇이기에

떠나보내기가 무엇이기에   사람은 누구나 맞이하고 떠나보내기를 거듭하면서 삶을 엮어 나간다. 사람을 맞이했다가 어떤 계기가 되어 떠나보내기도 하고, 물건을 맞이했다가 쓸모없거나 낡아서 떠나보내기도 하고, 시간들을 맞이했다가 때가 되면 떠나보내기도 한다.  때로는 맞이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맞이했다가 힘들게 떠나보내기도 하고, 맞고 싶지만 쉽게 와주지 않는 것을 공들여 맞이했다가 서운하게 떠나보내야 하는 것도 없지 않고, 우연으로 맞이했다가 필연을 남기고 떠나보내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맞이했기에 떠나보내기도 해야 하겠지만, 떠나보낸 기억이 맞이한 기억보다 더 뚜렷이 새겨지기도 한다. 가깝고 먼 시간의 차이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맞이가 주는 놀라움이나 기쁨보다 떠나보내기가 주는 아쉬움과 비감이 더 깊..

청우헌수필 2024.04.25

얼마나 달려가야

얼마나 달려가야 오늘도 산을 오른다. 나무에는 잎이 거의 다 떨어졌다. 푸르고 누르다가 떨어져야 할 철을 알아 모두 제 자리를 찾아내려 앉았다. 떨어지는 것은 잎새뿐만 아니다. 가지도 떨어진다. 뻗어 오르는 나무에서 가지도 제 할 일을 다 했다 싶으면 누울 곳을 찾아 내린다. 저렇게 내려앉는 잎과 가지들 가운데는 줄기가 보내고 싶지 않았는데도 줄기의 손길을 무정히 뿌리치고 내렸거나 무참히 베어내진 것은 없을까? 줄기의 마음이야 어떻든 제 갈 길을 찾아 가버리거나 아프게 떨어져 나간 것들은 없을까, 줄기에 깊은 상처를 남긴 채. 아, 저 나무 저 모습, 누가 가지 하나를 무자비하게 베어버렸나. 나무는 그 상처를 끌안은 채 숱한 세월을 두르고 있다. 둥치는 그 상흔을 감싸듯 주위를 제 살로 둘러치고 있다. ..

청우헌수필 2023.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