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3

기다림에 대하여(6)

기다림에 대하여(6)   오늘 아침에도 내 귀는 현관문 쪽을 향해 있다. 그가 여는 문소리가 곧장 들릴 것 같다. 그는 나의 요양을 도와주는 분이다. 어쩌다 보니 홀로서기가 어렵게 되었다. 곁에 아무도 없는 지경이 된 데다 질고까지 겹쳤다. 관계 기관에서 내 처지를 헤아려 보내준 분이다.  정해진 시각 무렵에 어김없이 문이 열린다. 밤새 안녕을 묻는 인사와 함께 나의 하루에 필요한 일들을 챙겨나간다. 이내 몇 가지 찬이 어우러진 아침상이 들어온다. 텃밭 남새로 마련한 찬과 함께 집에서 보듬어온 정성도 곁들였다.   그가 여는 문소리는 요즘 내 삶의 고즈넉한 동력이고 희망의 시그널이다. 나는 그를 편안하고도 고마운 눈길로 바라지만, 그는 나의 눈길을 여밀 틈도 없이 바쁘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내 하루 ..

청우헌수필 2024.08.08

변화 앞에서

변화 앞에서 살아가면서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계기로 삶의 방향이나 해야 할 일이 달라지는 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전에 비해 후가 긍정적, 희망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에 따라 행복해하거나 불행을 느끼기도 한다. 나도 살아오면서 숱한 그 ‘계기’를 맞이하면서 울고 웃어왔다. 그 연속이 삶의 과정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들 그렇게 살아왔겠지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가 분별이 잘 서지 않는 변화 앞에서는 또 어찌해야 하는가. 갑작스러운 입원을 하게 되었다. 홀몸이 되어 적요하게 살던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벽에 부딪히며 쓰러지는 충격으로 외상도 입으면서 뼈 한 부분에 금이 갔다. 구급차를 바꿔가며 실리기를 거듭하..

청우헌수필 2024.02.03

사선死線을 넘다

사선死線을 넘다 몸이 그토록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어느 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기침이 심하게 나고 머리가 빙 내둘리면서 나도 모르게 쓰러졌다. 잠시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쓰러지면서 벽에 얼굴을 부딪쳐 입술과 관골에 생채기가 지고 무릎에도 상처가 났다. 등도 무척 아팠다. 일어나려 했지만, 바닥을 짚을 힘이 없었다. 이러다가 죽는 게 아닌가 싶어 억지로 몸을 끌어 전화기를 잡고 119에 도움을 청했다. 구급차가 이내 달려왔다. 실려 가면서도 머릿속이 가물가물했다.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도 이런 정신 상태를 거쳐 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지역 종합병원에 이르러 응급실로 갔다. 증세가 어떻냐고 묻는데 몽롱해지는 정신을 힘들게 추스르며 아픈 데를 말했다. 피도 뽑아 보고 엑스레이, CT도 ..

청우헌수필 202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