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2

침대 위에서

침대 위에서   침대가 편안하다. 아늑하다. 지난날에는 침대 위에서 자는 잠이 어쩐지 편치를 못하고, 어떨 때는 허리가 저리기도 하던 때가 있었다. 그저 따뜻한 방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이리저리 뒹굴며 자는 것이 제일이라 여겼었다.  뭐가 잘못되었던지 기력을 잃고 쓰러지면서 척추에 금이 가는 환란을 당했다. 두어 주일 병원 신세를 지다가 나왔다. 허리가 몹시 아파 마음대로 드러누울 수도 없고, 누우면 일어나기도 힘들었다. 눕고 일어나는 일이 세상을 바꾸고 싶을 만큼 괴로웠다.  먼데 있는 아이들이 알고 사방 알아보고는 전동 침대를 들어오게 해주었다. 리모컨만 작동하면 앉은 사람을 눕게도 해주고, 누운 사람을 일어나게도 해주었다. 누우면 허리가 불편할 때 상체와 하체 부분을 약간씩 들어 올리면 허리가 편안..

청우헌수필 2024.07.28

그냥 둘 걸

그냥 둘 걸   두렁길을 걷다 보니, 쇠뜨기 방동사니 깨풀 괭이밥 개갓냉이 돌나물 등 온갖 풀들이 자욱한 곳에 홀로 우뚝 서서 분홍색 꽃을 뿜어내듯이 피우고 있는 풀꽃 하나가 보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청춘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끈끈이대나물’이라는 풀꽃이었다. 가늘게 뻗어 올린 꽃가지가 마주 난 잎을 사이에 두고 갈래가 지면서 다시 뻗어 올라 다섯 잎의 아기 새끼손가락 같은 꽃잎을 피워내고 있다.들꽃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분홍빛이 시리게 고와 눈에 얼른 들 뿐만 아니라, 키도 다른 풀보다 유달리 커 끌리지 않을 수 없다. 저 꽃이 어찌 저 자리에서 피어났을까. 다른 풀보다 높이 솟기도 했지만, 꽃 빛도 주위의 풀들을 압도하고 있다. 풀씨가 하늘을 날다가 자리를 잘못 짚고 떨어져 피어난 꽃인 ..

청우헌수필 202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