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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마음 받는 마음

주는 마음 받는 마음 지하철 전동차를 탔다. 좌석은 다 찼고 서 있는 사람도 많았다. 나는 가방을 든 채 출입문 옆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갔다. 앉아 있는 사람 중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은데, 대부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다가 건너편 좌석 중간쯤에 앉아 있는 중년 신사와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오라고 손짓했다. 다가가니 일어서면서 앉으라 했다. 곧 내릴 사람인가 보다 하고, 감사하다며 앉았다. 그 신사는 반대편 문 쪽으로 가서 섰다. 한 역, 두 역…, 몇 역을 지나쳐도 내리지 않았다. 내 눈길을 의식했는지 몸을 숨기듯 서 있는 사람들 속을 파고들었다. 내가 내릴 때도 그는 내리지 않고 등을 지고 서 있었다. 내가 서 있을 때 가까이에 앉아 있지도 않았고, 앉은 이들 가운데 어쩌면 가장 나..

청우헌수필 2022.12.26

황혼 녘의 소담한 열매

황혼 녘의 소담한 열매 나뭇잎이 푸르고 붉었던 열정의 계절을 보내고 제자리를 찾아 내려앉고 있는 늦가을 어느 날 저물녘, 문학상 수상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글과 더불어 살아온 평생에 ‘나도 이런 상 한번 받아 보고 싶다’라는 선망이 왜 없었을까만, 막상 그 일이 내 앞에 오고 보니 기쁘고 감사한 마음과 함께 주저로운 느낌이 드는 건 무슨 까닭일까. 지금 한창 의기롭게 글을 빚고 있는 젊은 문학인들도 많을 텐데, 의기와 열정의 시절을 다 떨쳐 보내고, 조용히 살 거라며 한촌 산곡에 깃들어 살고 있는 내가 껴안는 빛나는 상패와 근엄한 상장이 몸에 맞지 않은 옷 같지나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오늘 수상 대상이 된 내 책이 첫 책을 낸 지 꼭 이십 년 만에 우여곡절과 더불어 낸 것이라..

청우헌수필 2022.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