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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제9회 금오산 시낭송회에서

이청산 2010. 7. 25. 16:58


 

수필을 쓰고 있는 이일배입니다.
저는 시를 쓰는 사람도 아니고, 시 낭송가는 더욱 아닙니다. 그런데도 꼭 나와서 뭘 한 구절 낭독해 달라고 해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아마 나이 대접 좀 해주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들려드리고자 하는 ‘집으로 가는 길’의 신경림 시인은, 정감 넘치는 운율과 친숙한 시어로 서민층의 애환이며, 때로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민주화의 열망을 노래하던 시인입니다.
그도 이제는 생애의 석양을 바라보며 조용히 지난날을 회상하는 세월 속에 서서, 그때 외치던 함성도 모두 다 살갗에 묻은 티끌 같은 것으로 느끼면서, 세상의 현상들에 대해 분노의 날을 세우기보다는, 조용히 자신 속에 침잠하여 삶의 의미를 음미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부침해온 세월을 뒤로하고, 하고있는 일에서 물러나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가 저와 같이, 남은 세월보다 지나 온 세월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심정을 함께 하면서 여러분들에게 들려 드릴까 합니다.

 

      집으로 가는 길                  
                                  신  경  림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석양 비낀 산길을,
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를 묻으면서,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콧노래 부르는 것도 좋을 게다.
지나고 보면 한결같이 빛 바랜 수채화 같은 것,
거리를 메우고 도시에 넘치던 함성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굳게 잡았던 손들도,
모두가 살갗에 묻은 가벼운 티끌 같은 것,
수백 밤을 눈물로 새운 아픔도,
가슴에 피로 새긴 증오도,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그것들 모두
땅거미 속에 묻으면서.
내가 스쳐온 모든 것들을 묻으면서,
마침내 나 스스로 그 속에 묻히면서.
집으로 가는 석양 비낀 산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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