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적어서 어쩔꼬 어쩌다 지나온 삶을 한번 돌아보는데, 문득 ‘어리적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부모님은 나를 두고 가끔씩 ‘어리적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군대엘 갈 때도,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발을 내디딜 때도 이따금 엷은 미소와 함께 나를 쳐다 보시며 ‘어리적어서 어쩔꼬?’라 하셨다. 나중에 그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았지만, 어떤 곳에도 그런 말은 없었다. 가장 가까운 말이 ‘슬기롭지 못하고 둔하다.’를 뜻하는 ‘어리석다’였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 하는데, 설마 자식을 두고 그런 뜻으로 말씀하셨을까. ‘어리적다’와 ‘어리석다’의 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생각할 때마다 나를 보며 미소짓던 부모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나는 여덟 살 때까지 막내로 자라면서 부모님의 온갖 귀염을 다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