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첫날들 사십 년 넘는 세월을 두고 일기를 써 오고 있다. 오랫동안 써 오면서 한결같은 일이 하나 있다. 날마다 적는 것은 늘 내 살아온 날의 맨 끝 날이라는 것이다. 당연한 일일까. 어쨌든 나는 늘 생애의 끄트머리만 잡고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일기장의 끝에다 이따금 ‘내일은 어떻게 올까.’라고 적을 때가 있다. 오늘과 다른 날이 올까, 궁금할 때가 많다. 똑같은 날을 살아본 적이 없다. 날짜가 어제와 다를 뿐만 아니라 하늘도, 산책길의 풀꽃도 어제와 같지 않은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연의 일이라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하는 일도 모두 그렇다. 날마다 얼굴 보며 나누는 아내와의 대화도 다르고, 어제와 같은 책을 읽어도 느낌이 같지 않고, 매일 걷는 ‘만 보 걷기’에서도 꼭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