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칠 년밖에 이 일 배 해가 바뀌었다. 권 선배가 말했다. “이제 나는 십칠 년밖에 못 산다네요!” 권 선배는 나보다 여덟 살이나 위이시지만, 막역한 술벗이다. “누가 그럽디까?!” “요새 백세 시대라잖아요! 하하” 그러고 보니 권 선배께서는 올해 여든셋이 되셨다. “그러면 저는 십칠 년 후에는 누구와 술벗을 하란 말입니까? 하하” “그걸 난들 어찌 알겠소! 하하” 하기야 누가 감히 앞일을 알 수 있을까. 어쩌면 권 선배는 이승에서는 나의 선배시지만, 세상을 바꿀 때는 누가 선배가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선배의 여명 십칠 년! 내가 이 한촌을 찾아와 산 걸 돌이켜보면 십칠 년도 잠깐이다. 바로 십칠 년 전 이 땅을 처음 디뎠다. 공직 발령을 따라 그해 초봄 이 궁벽한 산촌을 찾아왔었다. 둘러봐도 사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