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 저녁 노을빛이 좋다.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특히 요즈음 들어와서 다홍으로 티 없이 곱게 물든 노을빛을 보면 그리운 이와 마주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오래된 사랑을 다시 따뜻하게 나누고 있는 것 같기도 하여 가슴이 설레기도 한다. 노을빛이 다 고운 것은 아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아침놀을 뿌리며 지상으로 밝게 솟아올라, 중천에 높이 떠 세상을 환히 비추다가 서서히 서녘을 붉게 물들이며 저물어가는 해라야 노을빛이 곱다. 구름을 털어낸 밝고 맑은 해일수록 노을빛도 고운 것이다. 그리 고운 노을빛을 보면 지나온 내 생애가 돌아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나는 어떻게 살아왔던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저물녘에 서 있지 않은가. 저 해처럼 한 번이라도 세상을 환하게 비춰나 보고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