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거를 바라며 오늘도 산을 오른다. 숲이 한창 우거지고 있다. 엊그제만 해도 가냘픈 가지에 연록 잎을 내밀고 있던 것이 오늘은 튼실해진 가지에 우거진 녹음이 되어 오르는 길을 문득 막아서기도 한다. 나무가 이렇게 우거지다가는 산이 어떻게 될까. 산이 온통 풀과 나무 천지가 되어 내가 발을 들여놓을 틈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나무 아니면 아무것도 들 수 없고 마침내는 나무들도 설 자리, 살 자리가 없어 결국이 숲이 망하고, 산이 황폐해지지 않을까. 물론 기우다. 나무는 작은 씨앗으로 땅에 떨어져서 움이 나고 자라 잎을 돋우고 꽃을 피우면서 살아간다. 나무는 안다. 철을 맞이할 때마다 무엇을 달리해야 하고 얼마를 자라야 하는지를 안다. 그렇게 철을 거듭하려면 무엇을 가꾸어야 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