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끊어야겠어요 권 선생께서 당분간 술을 끊어야겠다고 했다. 그 말씀에 나는 절망을 안아야 했다. 생애의 한 막을 내린 지 십수 년, 조용히 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으로 한촌 산 마을을 찾아와 발을 내렸다. 푸른 산이며 맑은 물만 보며 살면 될 줄 알았다. 얼마 동안은 그렇게 살았다. 살 만했다. 여태 어지럽기만 했던 머릿속이 소쇄해지는 듯도 했다. 그런 재미로 살아가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사람이 그리워졌다. 산도 좋고 물도 좋지만, 그 자연 속에 자연 같은 사람도 있으면 더욱 좋겠다 싶은 마음이 소록소록 피어났다. 술잔이라도 함께 들며 살아온 일이며 한세상 살아갈 일을 더불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싶었다. 사람 들끓는 번잡한 세상을 벗어나고파 이리 살고 있으면서 이 무슨 잔망한 가탈인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