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물며 사람의 일이야 하물며 사람의 일이야 산을 오른다. 푸근하게 쌓인 가랑잎 밟는다.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포근하고 유정하다. 이 소리를 품으려고 떨어져 쌓였는가. 누워있는 가랑잎들이 아늑하고도 평안해 보인다. 이 평안을 위하여 그토록 찬연하게 푸르렀던가. 엊그제 초록으로 무성했던 잎들이었다. .. 청우헌수필 2019.12.09
도덕경 한 구절 도덕경 한 구절 무엇을 읽으면서 ‘바로 내 심정, 내 생각을 말한 것 같다.’, ‘내 처지를 그대로 그려놓은 것 같다.’라고 느껴질 때, 또는 ‘나도 이런 심정,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싶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라고 여겨질 때, 그것은 짜릿한 인상, 혹은 특별한 감동으로 이어질 수.. 청우헌수필 2017.12.03
자연의 덕과 더불어 자연의 덕과 더불어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강둑길은 회반죽으로 덮여갔다. 마을사람들이 바라던 일이었다. 봄여름이면 잡풀이 돋아 무성해져 걷는데 거치적거린다며, 비만 오면 군데군데 물이 고여 질퍼덕거린다며, 길을 포장해 달라고 몇 년 전부터 관에다가 청을 넣었다. 마침내.. 청우헌수필 2017.03.13
있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두 손주가 제 아비 어미와 함께 와서 설을 쇠고 갔다. 큰손주는 봄이 오면 초등학교 오학년에 올라간다고 제법 의젓한데, 일곱 살에 드는 작은손주는 마냥 개구쟁이다. 노래며 춤이며 갖은 재롱을 다 떨며 할아비 할미를 즐겁게 해준다. 귀엽고 사랑스럽기가 그야말로 눈에 다.. 청우헌수필 2017.02.13
모든 것은 다 같다 모든 것은 다 같다 오늘도 해거름 산을 오른다. 내 하루의 절정이기도 하면서, 하루를 장엄하게 마무리 짓는 순간이다. 마루에 올라 세상을 조망하며 하루 삶의 절정을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 비치는 다홍의 찬연한 노을빛으로 내 하루의 장엄한 마무리를 짓는다. 늘 해거름을 오르는 이 .. 청우헌수필 2016.01.27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친구의 부인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다. 가려는 사람 좀 붙들어 달라는 친구의 절박한 한밤중 전화를 받고, 날이 밝기를 기다려 달려갔을 때는 벌써 이승의 사람이 아니었다. 심근경색이라 했던가. 삶과 죽음의 거리가 이토록 지척일 수가 있는가. 불과 삼십여 시간 .. 청우헌수필 2015.12.30
가진 것이 참 많다 가진 것이 참 많다 이 한촌을 몇 년 사는 사이에 가진 것이 참 많아졌다. 나는 지금 생애 최대의 부요를 누리고 있다. 마을 앞을 흐르는 강이 나의 것이고, 아침마다 걷는 그 강둑이 나의 것이고, 강둑에 피는 풀꽃이 모두 나의 것이다. 곧 누렇게 변해 갈 푸른 들판이 나의 것이고, 그 들판.. 청우헌수필 2014.09.12
자연과 더불어 자연과 더불어 -청우헌일기·20 여름이 한창 익어가던 초복날, 해가 기웃할 무렵 마을 어르신네들이 망두걸에 모였다. 망두걸은 고샅 어귀 논들머리에 있는 어르신네들의 놀이터다. 아내가 전이며 떡, 수박과 약간의 술을 내어왔다. 개장국은 없을지언정 복달임이나 하자고 했다. 모여 앉.. 청우헌일기 2012.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