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2

내가 일기를 쓰는 까닭

내가 일기를 쓰는 까닭 아침에 일어나면 물 마시고 체조하고 변 보고 세수하고, 무엇이든 잠시 글줄을 읽다가 컴퓨터를 연다. 일기장을 불러 ‘몇 시에 누워 무얼 하다가 언제 눈을 감았다.’로 시작하여 소변은 언제 언제 보고, 그렇게 깨고 자고 하는 사이에 무슨 꿈결이 흘러가고, 몇 시에 일어났다며 밤을 정리한다. 그 속에 변비로 어려움을 겪는 배변 정황도 그려 둔다. 이어서 홀로 사는 생활을 도와주는 분이 와서 정성으로 차린 아침 밥상을 함께 마주하는 정경을 적는다. 식후 운동을 겸한 산책으로부터 계속 이어지는 일과를 한 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빠뜨리지 않기를 애쓴다. 가치의 유무는 내 관심 밖이다. 그러다 보니 내 일기장은 매일 같은 말이며 일이 되풀이되기도 한다. 온종일 일기장과 함께 지낸다..

청우헌수필 2026.07.19

내가 사는 첫날들

내가 사는 첫날들 사십 년 넘는 세월을 두고 일기를 써 오고 있다. 오랫동안 써 오면서 한결같은 일이 하나 있다. 날마다 적는 것은 늘 내 살아온 날의 맨 끝 날이라는 것이다. 당연한 일일까. 어쨌든 나는 늘 생애의 끄트머리만 잡고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일기장의 끝에다 이따금 ‘내일은 어떻게 올까.’라고 적을 때가 있다. 오늘과 다른 날이 올까, 궁금할 때가 많다. 똑같은 날을 살아본 적이 없다. 날짜가 어제와 다를 뿐만 아니라 하늘도, 산책길의 풀꽃도 어제와 같지 않은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연의 일이라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하는 일도 모두 그렇다. 날마다 얼굴 보며 나누는 아내와의 대화도 다르고, 어제와 같은 책을 읽어도 느낌이 같지 않고, 매일 걷는 ‘만 보 걷기’에서도 꼭 같..

청우헌수필 2021.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