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5

늙기 싫으세요?

늙기 싫으세요? 이 일 배 오늘도 벚나무 줄지어 선 아침 강둑 산책길을 나선다. 아니, 이 무슨 변란인가! 다른 길, 딴 세상을 걷는 것 같다.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 아침마다 걷는 길이건만 오늘은 전혀 다른 길이 되어 버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수줍어 수줍어하며 몽우리 속에서 꼬물꼬물 옥이고만 있던 꽃잎이 한꺼번에 현란하게 터져 별천지를 이루었다. 이 꽃들이 일시에 봉오리를 터뜨리는 순간에는 무슨 기총소사라도 하듯 요란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을 것 같다. 어라, 이 나무 좀 보게! 온몸에 꽃 이리 화사하고 해사하게 피워놓고 제 몸뚱이는 왜 이 모양인가. 둥치는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불을 뿜다가 버려져 검게 녹슬고 터진 포열 같기도 하고, 껍질은 이곳저곳이 갈라지고 거칠어진 늙은 농군의 ..

청우헌수필 2022.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