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2

엉겅퀴 사연

엉겅퀴 사연 이 일 배 오늘도 산을 오른다. 녹음이 무성하다. 수풀이 우거진 어귀 오솔길을 오르는데 무엇이 바짓가랑이를 찌르듯이 잡는다. 놀라 돌아보니 엉겅퀴다. 날마다 걷는 길인데 오늘 나를 잡을까. 이제 비로소 꽃을 피웠노라며 저를 봐달라는 말인가. 어제는 미처 보지 못했던 꽃이 수술일지 꽃잎일지 모를 가시를 뾰족뾰족 뽑아 올리며 함초롬히 피어 있다. 붉은빛, 분홍빛, 자줏빛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송이를 이루고, 흰색으로 뻗어 올린 피침 하나하나에 붉은빛을 감고 있다. 줄기에도 잎에도 잔털이 송송 나 있고, 잎은 양쪽으로 깊게 갈라지면서 끝에 뾰족한 가시를 달고 있다. 그 가시가 나를 잡은 것이다. 꽃의 빛깔이며 생김새도, 가시가 나 있는 잎이며 줄기도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한 표정으로 나를 ..

청우헌수필 2021.06.23

모두 다 꽃이야

모두 다 꽃이야 이 일 배 내가 보는 풀꽃마다 보내 달라고 했다. 아침마다 늘 풀꽃 길을 걷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 길에서 만나는 꽃들을 날려 보냈다. ‘참 예뻐요!’, ‘너무 곱게 피었네요~!’와 같은 짧은 댓글을 보내올 뿐이지만, 그 어투에서는 꽃들을 진정으로 반기는 마음이 묻어났다. 내 산책길의 눈길은 그 마음을 좇아간다. 아침 산책길을 나선다. 두렁길도 걷고, 강둑길도 거닐고, 골짝 길도 간다. 어느 길에도 풀꽃이 없는 길은 없다. 두렁길에는 봄 내내 길을 꾸며 주던 봄까치꽃이며 꽃다지, 냉이꽃은 한철을 지나가고, 누운주름잎만이 가는 봄을 지키려 하고 있다. 그것들은 벌써 이 강산 봄소식이 되어 날아간 지 한참 되었다. 오늘은 뭐 새로운 게 없을까, 어쩌면 오늘 내가 걷는 길은 어제 보지 못..

청우헌수필 2021.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