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자 5

난병 일기(10)-잘 껴안고 있다 보면

난병 일기(10)-잘 껴안고 있다 보면 양성자 치료도 고비를 넘겨 막바지로 가고 있다. 치료 한 시간여 전쯤에 치료 대기실에 여유 있게 도착했다. 늘 하는 대로 소변을 보고 물 300cc를 마셨다. 1시간 뒤 치료할 때 필요한 적정 소변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간호사의 호명을 기다렸다. 드디어 간호사가 이름을 부르며 데리러 왔다. 외부인은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양성자 치료실로 들어가며 간호사가 관장은 잘하셨느냐고 물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표정이 아주 밝아 보이시네요.” 관장이 잘 이루어져 보인다는 말일 것이다. 관장이 그런대로 이루어지기도 했지만, 나의 지극한 보호자 노릇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며, 쾌유를 간곡히 빌어주는 사람들 생각이며, 그 응원의 힘으로 치료를 잘 ..

청우헌일기 2026.08.22

난병 일기(9) -성공의 조건

난병 일기(9)-성공의 조건 오늘 치료는 성공했다. 관장 상태도 적절하고 내장된 소변량도 적정하여 치료가 잘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양성자가 목표 위치에 잘 도달하여 제 에너지를 병소에 집중적으로 발산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무슨 어려운 시험을 무사히 통과한 듯한 안도감이 몸을 녹게 했다. 어제는 실패했었다. 첫 번째 양성자 치료를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해주는 자세대로 꼼짝 누워 있었다. 눈을 감고 있다가 잠깐 떠보니 원통형 방의 천장이 두 갈래가 져 서로 엇바뀌며 돌고 있고, 내려다보는 기계는 나를 덮을 듯 내려오다 올라가고 했다. 첫 치료 때 소음으로 들렸던 소리들은 천장이 움직이는 소리였던 것 같다. 다시 눈을 감고 치료가 잘되고 있는 상상에 젖었다. 소리가 멎더니 일어나라 했다. 관장이 ..

청우헌일기 2026.08.16

난병 일기(8)-신경 쓰지 마세요

난병 일기(8)-신경 쓰지 마세요 커다란 원통형의 방문 없는 방이었다. 돌아눕지도 못할 좁다란 치료대가 놓여 있고 천장에서 여러 개의 무슨 렌즈 같은 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옆에는 네모난 검은색 계기판 같은 게 높다랗게 달려 치료대를 향하고 있었다. 남녀 치료사 두 사람이 나를 부축하여 세 개의 계단을 밟고 치료대에 오르게 했다. 앉으면서 신발을 벗고 머리를 안쪽으로 두고 누우라 했다. 무릎 부분을 돋우는 보조대를 받쳐 주면서 발과 다리 고정판을 갖다 대고 끼워주며 치료가 끝날 때까지 꼼짝하지 말라 했다. 속옷도 없는 환자복을 아예 벗겨내고 타올로 몸을 덮었다. 환부 거죽에 무슨 물질을 바르며 소변량을 측정한다 했다. 몸 여러 부위를 살피는 듯하더니 준비 과정이 다 끝난 듯 이제 시작하겠다 했다...

청우헌일기 2026.08.10

난병 일기(6)-고진감래

난병 일기(6)-고진감래 대처 병원까지 가기에는 차비 부담이 녹록지 않지만,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관장하고, 금식 상태로 정해준 시각까지 병원에 도착하자면 다른 수단으로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 타의보다는 자의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대가라 할까. 병원이 원하는 시각에 도착했다. 딸과 손녀가 바라지 마중을 나왔다. 오늘의 주 치료인 생분해성 물질 주입술 시술을 위해 항생제와 진통제 주사를 먼저 맞으라 했다. 넘치는 환자들 속에서. 차분하게 차례를 기다렸다. 살아가면서 기다려야 하는 일이 어디 이뿐일까. 치료는 치료로 이어진다. 오늘 치료는 다음 치료들로 나아갈 전 단계다. 다음의 모의 치료를 거쳐서 본격적인 방사선 양성자 치료로 들어간다 했다. 내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오늘만..

청우헌일기 2026.07.24

난병 일기(4) -내 삶이 남다른 건 아니다

난병 일기(4)-내 삶이 남다른 건 아니다 마중 나온 아들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아들의 손은 운전대에 얹혀 있지 않다. 핸들은 저절로 돌아가고, 달리고 멈추는 것도, 차선을 바꾸는 것도 제가 알아서 척척 다 해낸다. 첨단 기술을 가진 차를 새로 마련했단다. 첨단 의료기기 개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아들은 ‘첨단’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병원에 이르렀다. 병원에 어찌 그리 사람들이 많은가. 규모가 아주 큰 상급 병원인데도 불구하고 복도에는 오가는 사람들, 의자에는 대기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세상 모든 사람이 환자들인 것 같고, 모든 환자가 이 병원에 다 모이는 것 같다. 차례를 한참 기다려서야 의사 옆에 앉을 수 있었다. 의사 앞에는 두 대의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한 대에는 ..

청우헌일기 202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