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한 사람 망팔쇠년도 성큼 넘어서고 보니 참 많이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은 아무리 백세 시대라지만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엄청 더 많은 걸 보면서 오래 살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살아갈 날에 대한 상상의 양보다 살아온 날에 대한 기억의 양이 더욱 많게 느껴지는 것도 많이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도 다 그럴까. 살아온 지난날 속에는 희로애락의 온갖 기억들이 점철되어 있을 것이지만, 돌리고 돌려 떠올려봐도 나에게는 기쁘고 즐겁고 떳떳했던 일보다는 힘들고 괴롭고 부끄러운 일들에 대한 기억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지난 일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몸도 마음도 내려앉는 것 같아 무거워지기만 한다. 그때 그 일을 왜 그렇게 했을까, 그 사람을 왜 그렇게 대했을까, 그 순간 왜 그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