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10

세월의 자국을 넘어서

세월의 자국을 넘어서   커다란 거울이 터미널 화장실 입구 옆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화장실을 가도 무심히 그냥 지나칠 수도 있고, 차에 오를 시각이 임박하여 급히 가다 보면 눈 돌릴 겨를이 없어 거울을 지나치기도 한다.  어느 날 차 탈 대비로 화장실을 들면서 우연히 거울 쪽을 곁눈질하게 되었다. 허리 구부정한 웬 늙은이 하나가 중절모를 쓰고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언뜻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 싶어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바로 나였다.  낯선 모습이다. 내 언제 저리 허리가 굽어졌으며, 모자 아래로 드러나 있는 머리카락은 왜 저리 허옇게 보이는가. 집에서 반듯하게 서서 거울을 볼 때와는 영 딴판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저런 모습이 되어 있었구나.  점점 늙어가는 줄이야 모를 ..

청우헌수필 2024.10.13

세월의 얼굴

세월의 얼굴 한 달여 만에 이 선생을 다시 만났다. 전에 만났을 때부터 느껴져 온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다시 만나 한번 풀어보자 했다. 이 선생도 나도 반갑게 달려와서 만났다. 술잔을 부딪치고 기울이며 우리가 나눈 이야기의 주제는 주로 ‘세월’이었다. 전번에는 다섯이서 만났다. 어느 날 문득 이 선생의 전화가 왔다. 웬일이야! 서로 놀랐다. 이십여 년 만에 듣는 목소리였다. 보고 싶다 했다. 모두 어떻게 변했는지도 궁금하다 했다. 그래, 만나자, 만나 보자.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야기도 한번 들어보자 했다. 사십 년이 다 되어간다. 그때 우리는 모두 한 직장에서 생활하는 젊은 직장인들이었다. 할 일에 쫓겨 힘들었지만, 퇴근길에 이따금 삼삼오오 모여 잔을 함께 기울이면서 업무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면서..

청우헌수필 2023.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