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오면 해사하고도 화사하게 강둑을 수놓던 강둑의 왕벚꽃이며, 산을 무늬 짓던 산벚꽃이 다 지고, 꽃의 자리를 푸른 잎들이 차지하고 있다. 꽃이 피었을 때가 먼 옛적인 듯 아스라하다. 저 꽃 속에 있을 때는 나의 복지인 듯 아늑했는데, 푸른 잎들은 나를 내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달력이 봄을 알려 와도 벚꽃이 피기 전에는 나의 봄은 아니었다. 강둑을 걷는 아침마다 벚나무의 꽃눈을 보고 또 보았다. 아주 조금씩 눈을 떠가는 모습이 신기하고도 애가 타기도 했다. 달라져 가는 게 없다 싶을 때는 애가 탔지만, 하루 건너서 보면 조금은 눈을 틔운 것 같아 신기하고도 반가웠다. 올해만이랴, 해마다 그렇게 기다려 왔지만, 반갑게 기다리는 마음은 그제나 이제나 다르지 않았다.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