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18

나무는 말이 없다

나무는 말이 없다 겨울 산을 오른다. 입고 있던 것을 다 벗어버린 나무들 사이로 찬 바람이 지난다. 상수리나무든, 떡갈나무든, 물푸레나무든 모두 맨모습으로 빨갛게 섰다. 하늘 향해 맨살을 드러내놓고 있어도 나무는 떨지 않는다. 얼지도 않고 이울지도 않는다. 산이 있기 때문이다. 산의 무엇을 믿는가. 산은 오직 뿌리를 내리게 해줄 뿐이다. 잎이 나면 나는 대로 미소지어 주고, 꽃이 피면 피는 대로 이뻐해 줄 뿐이다. 잎이 언제 돋으라 한 적도 없고, 꽃을 어떻게 피우라 한 적도 없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그뿐 아니다. 그 꽃과 잎의 빛깔이 바래고 말라 떨어져도 애타 하지 않는다. 그 떨어진 꽃이며 잎을 마냥 감싸 안아 줄 뿐이다. 그 꽃과 잎들이 품을 파고들면 조용히 품어 때가 되면 소곳이 세..

청우헌수필 2020.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