댑싸리 전설(4) 가을이 여물어가는가 싶더니 올해도 댑싸리가 발갛게 물들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렸을지도 모르는, 그렇지만 볼 수 없었던 빛깔이지요. 당신이 씨 뿌렸던 그 댑싸리의 후예들입니다. 가을비가 살포시 내리더니 빗물의 무게 때문인지 드러누운 것도 있네요. 그때 당신이 씨를 뿌린 건 당신이 떠나던 해의 봄이었지요. 그것이 움이 터서 싹이 올라와 잔잔한 이파리들을 피워낼 무렵 초여름에 당신은 환우를 안고 아이들에게로 떠났지요. 아이들 집에 있던 어느 날, 한데 몰려 있게 하지 말고 고샅에 한 줄로 옮겨 심어 달라 했지요. 당신이 댑싸리 씨를 뿌린 것도 처음이었고, 나도 당신이 뿌린 씨로 댑싸리를 처음 알았지요. 어디서 복슬복슬 이쁘게 자라는 댑싸리를 보고 가까이 두고 싶었던지, 가을에 발갛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