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4

단풍이 들 때 들고

단풍이 들 때 들고 오늘도 해거름 산을 오른다. 해거름 삶에서 해거름 산 오르기는 편안한 일체감을 주는 것 같아 걸음이 한결 아늑하게 느껴진다. 내 이 오랜 산행에는 늘 두 가지 기대와 목적을 품고 있다. 하나는 실용적인 것이고, 또 하나는 정서적인 것이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사이에 내 고질인 고혈압, 고혈당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 산행의 덕이라 믿고 있다. 산을 걷다 보면 아프고 서러운 마음도 물 흐르듯 씻기는 것 같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념들도 하나같이 단순해지는 것 같다. 이만하면 몸과 마음의 그 실용적, 정서적 기대와 목적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그 충족을 즐거워하며 오늘도 가벼운 걸음으로 산을 오른다. 이렇게 하는 것은 오래 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곱게 죽기 위해서라며 ..

청우헌수필 202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