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4

나이 드니 참 좋다

나이 드니 참 좋다 오늘도 산을 오른다. 나날이 오르는 산이지만 빛깔이며 모습은 한결같은 날이 없다. 무엇이 달라도 다르다. 푸나무의 크기라든지, 나뭇잎 빛깔이라든지, 꽃이 피고 지는 거라든지, 열매가 맺고 떨어지는 거라든지 하루도 그 모양 그대로 있지 않다. 시간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이 나무, 이 산빛에서 시간을 본다. 흘러가고 있는 시간의 얼굴이며 몸체를 본다. 맨살의 가지에서 꽃이 피고 잎이 나고 꽃이 지고 잎이 자라고 잎의 빛깔이 달라지다 내려앉고, 열매가 맺었다가 떨어지는 모습들 속을 시간이 흐르고 있다. 저들이 저리 변해 가는데, 나는 가만히 있는가. 아니다. 저들이 시간을 안고 변모를 거듭해 가듯 나도 나날이 달라져 간다. 나무가 나이테를 더해가는 것처럼, 나도 하루 이틀 시간을 더해..

청우헌수필 2023.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