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개성 이 일 배 오늘도 산을 오른다. 밤나무 노거수가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어귀를 올라 무성한 국수나무 수풀을 지나면 굴피나무가 어지럽게 서 있고 갈참나무, 떡갈나무가 올망졸망 잎을 벌린다. 진달래 나무며 초피나무가 어우러진 가풀막을 올라서면 소나무 벚나무 숲이 우거진다. 서로 겨루기라도 하듯 하늘 향해 한껏 뻗어 올라가는 소나무와 벚나무 사이로 조그만 상수리나무 졸참나무가 군데군데 숲을 이루고, 분꽃나무가 호분 향으로 산을 물들이던 꽃 시절을 그리며 서로 얽혀 서 있다. 저 조그만 꽃들은 무엇이 수줍어 잎 아래에 숨듯이 달렸는가. 그 꽃 모양새가 박쥐를 닮았대서 붙은 이름 박쥐나무다. 꺾어서 코를 대보면 생강 냄새가 나는 생강나무, 조그만 잎과 열매를 달고 하늘거리는 감태나무가 어울려 숲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