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개망초 아침 강둑길을 걷는다. 비가 내려도 눈이 와도 언제나 걷는 나의 산책길이다. 강둑길을 걸을 때면 늘 동무들이 있어 좋다. 고개를 돌려 보면 맑은 소리로 흐르는 강물이 말동무가 되고, 눈길을 가까이로 당기면 길섶에 함초롬히 피어있는 풀꽃들이 길동무가 된다. 명지바람이 부는.. 청우헌수필 2014.06.18
나는 늙으려고 나는 늙으려고 이번 정기회에는 나도 낭송에 참여하기로 했다. 회원들은 두 달마다 한 번씩 열리는 정기 낭송회에서 돌아가면서 몇 사람씩 낭송을 하고 서로 평가하며 낭송 기량을 다듬는다. 낭송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낭송할 시를 선정한 다음, 일주일에 한 번씩 .. 청우헌수필 2013.10.27
그리운 능소화 그리운 능소화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피어나고, 뜨거운 햇살이 온갖 것들 위로 제 자리인 양 내려앉았다. 대문간의 능소화가 그리도 오랫동안 다물고 있던 봉오리를 드디어 터뜨리기 시작했다. 다른 집 것은 다들 활짝 피어나는데, 삭혀야 할 것이 무에 그리 많았던지 우리 집 것만 피어.. 청우헌수필 2013.07.07
20년을 안고 모이다 20년을 안고 모이다 미숙이는 서울에서, 희영이는 수원에서, 유진이는 안동에서, 미화는 영천에서, 현옥이는 상주에서 내가 사는 문경을 찾아왔다. 모두 20년을 안고 왔다. 세찬 바람이 불던 1월의 어느 토요일 한낮, 미화와 현옥이가 제일 먼저 달려오고, 유진이 그리고 미숙이와 희영이가.. 청우헌수필 2013.02.03
길 다듬기 길 다듬기 비가 많이 내렸다. 많이 기다리던 비다. 콩을 심어 놓고 속을 태우던 사람들이 제일 좋아했다. 강물도 많이 불었다. 바닥을 드러내 보이던 강물이 이젠 봇둑을 넘어 처렁처렁 흐른다. 넘치는 강물만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넉넉하다. 비 온 다음날 아침 여느 때처럼의 산책.. 청우헌수필 2012.07.11
[수필 낭독] 그리움의 등짐만은 2011년 12월15일 구미수필문학회에 발간한 『구미수필』9집의 출판기념회에서 초대 수필로 낭독한 '그리움의 등짐만은' 입니다. (15매 원고를 5매로 간추린 것입니다.) 동영상모음 2011.12.29
11월의 소리 11월의 소리 오늘도 해가 서산 쪽으로 기울 무렵이면 어김없이 산을 오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나의 일과다. 그렇게 산을 오르내리는 사이에 가고 오기를 거듭하는 계절을 따라 가을도 어느새 11월을 건너가고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 청우헌수필 2011.11.20
그리움의 등짐만은 그리움의 등짐만은 들판이 온통 노란 물결이다. 논들에 푸른빛이 점점 짙어지는가 싶더니 쑥쑥 자란 잎들 사이로 이삭이 패어났다. 이삭에 낟알이 늘어 가면서 서서히 고개를 숙이더니 푸른빛이 가시기 시작했다. 푸른빛이 시나브로 비켜난 자리에 노란빛이 들어앉으면서 이삭의 고개는 더욱 늘어지.. 청우헌수필 2011.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