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나무 4

고사목 의자

고사목 의자 오늘도 산을 오른다. 내가 산을 오르는 일은 물을 마시고 숨을 쉬는 일과도 다르지 않다. 그런 곳을 골라 찾아와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일상으로 오를 수 있는 산이 내게 있다는 것이 여간 생광스러운 일이 아니다. 바람 소리, 새소리와 함께 산을 오르노라면, 온갖 나무들이 철마다 단장을 달리하면서 언제 봐도 반가이 맞아준다.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생강나무, 벚나무, 소나무, 노간주나무……, 내가 손을 흔들기도 전에 저들이 먼저 수많은 손을 흔들며 나를 맞아 준다. 산의 모습이 정겹다. 하늘 향해 싱그럽게 죽죽 뻗으며 서 있지만, 그중에는 잎을 다 지운 채 강대나무가 되어 서 있는 것도 있고, 그 몸통마저도 땅에 누인 것도 있다. 삶과 죽음이 함께 살고 있다. 생사를 따로 ..

청우헌수필 2021.02.20

나무는 흐른다

나무는 흐른다 오늘도 일상의 산을 오른다. 지난밤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흠뻑 젖은 산에 강대나무 하나가 풀잎을 벗 삼아 쓰러져 누웠다. 강대나무는 싱그러웠던 몸통이며 줄기가 말라갈 때도, 흙을 이부자리처럼 깔며 쓰러질 때도 생애가 끝난 것은 아니다. 또 한 생의 시작일 뿐이다. 나무는 어느 날 한 알의 씨앗으로 세상을 만났다. 부는 바람 내리는 비가 강보처럼 흙을 덮어주었다. 뿌리가 나고 움이 돋았다. 파란 하늘이 보였다. 늘 안겨 바라보던 그리운 빛이었다. 제 태어난 고향 빛깔이었다. 바라고 바라도 그립기한 그 빛을 쳐다보고 있는 사이에 해도 달도 뜨고 지고, 새도 구름도 날아가고 날아왔다. 그 빛을 향하는 마음이 시리도록 간절한 탓일까, 하늘 향해 뻗어 오르는 줄기 옆구리로 가지가 덧생겨 나고 ..

청우헌수필 2020.08.08